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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迷妄(미망)에서 깨어날 때
긴 迷妄(미망)에서 깨어날 때
  • 박봉식 前서울대 총장/시사브리핑 회장
  • 승인 2009.03.03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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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나라의 삶과 그 운명을 담고 있는 구조물이며"
▲ 박봉식 정치학 박사(現시사브리핑 회장)

긴 迷妄(미망)에서 깨어날 때
아침신문은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주역 세 사람이 tv쇼에 나와 같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의 사진을 곁들인 기사를 실었다.

이들은 그들이 연출한 국회난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의 심정이 어떠 했는 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듯했다.

정치란 나라의 삶과 그 운명을 담고 있는 구조물이며 정치인은 이 구조물을 국민의 뜻에 따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을 자청해서 맡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지난 대통령선거와 총선은 그 정치의 방향을 국민들이 극명하게 밝혀주었다.

그런데 여러 날에 걸친 의사당 싸움에서 다수결의 원칙을 외치는 의회지도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대선과 총선에서 국민들이 결정한 대원칙을 배반한다는 의식을 왜 갖지 못했을까? 한때 지식인 사회에서 허위의식이란 말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이는 의식의 미망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여름 고향에서 한 대학동기 친구를 만났다. 그는 서울대 농과대학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시골서 수의사를 해 온 사람이다. 그가 말하기를 소의 경우 광견병과 같은 의미의 병명이 없는데 어찌하여 서울에서는 광우병이란 이름의 병이 “소에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느냐고 했다. 듣고 보니 필자는 이 사실을 이 시골친구로부터 처음 들었던 것이다.

왜 서울에는 식자들이 많은데 필자가 이 엄연한 사실을 서울서는 못 듣고 촌에 와서야 처음 듣게 되었는가. 서울에서는 그 어떤 분위기 때문에 아무도 그 말을 안했거나 못했다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를 해온 지 60년이 되면서 국회나 언론에서 다수결의 원칙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면 이야말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북한에서 자유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안드리안 홍(Adrian Hong)은 IHT의 최근호에 <파우스트의 실패 A Faustian failure>란 글을 실었다.

파우스트는 독일신화에서 혼을 악마에게 팔아 넘긴 남자이다. “광우병은 없다”는 말을 안 하거나 다수결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지식인이나 국회의 인사들이 모두 어디에나 혼이 팔린 상태에 있었단 말인가.

위의 홍씨는 요란했던 지난 5년간의 6자회담에서 안전보장을 구실로 북한사람들의 자유를 희생시킨 것을 참아왔는데 지나고 보니 북한의 자유도 희생시킨 것을 지나고 보니 북한의 자유도 우리의 안전도 모두 잃었다고 이 글에서 주장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부시의 말장난만 요란했고 결국 북한의 핵보유는 막지 못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막는 것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호언했던 전직 대통령이 나설 때가 온 것 같다.

이러한 일들은 정치를 맡은 사람들이 진실에의 길을 외면하고 미망과 허위의 틀에서 안주하려는 정신상태에서 생기는 것이다. 지난 약 15년 동안 악마에게 빼앗긴 혼을 다시 찾아 나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필자소개

출생:  1932년 1월 26일
출신지: 경상남도 양산
학력: 서울대학교대학원
경력: 2002년~2004년 금강대학교 초대 총장
         1998년 자민련 정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수상: 1998년 제11회 자유문화상
         1981년 국민훈장 목련장
현직: 시사브리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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