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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與論)과 국민대통합
여론(與論)과 국민대통합
  • 정상 편집위원
  • 승인 2009.07.20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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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상 본지 편집위원
‘87년 개정헌법(제 6공화국의 등장, 이명박 정부는 제 6공화국의 다섯 번째 정부임)’의 등장으로 우리사회의 민주화가 크게 진전된 이후 정치권력을 포함한 국가권력이 ‘분산’됨으로서 국가권력의 작용 또한 많이 약화되었다.


이에 비해 시민이 중심인 ‘시장권력(기업, 노조, 시민단체의 정치적 역량)’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결과 국가의 주요작용 즉 국가 주요정책의 결정 혹은 국정현안에 대한 시민의 참여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현행 대의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정부나 국회가 올바르게 운영되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없질 않다. 다시 말해서 국민의 의사를 대의하는 정부나 국회가 여론동향을 옳게 파악하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여 정책 혹은 정치적 의사를 결정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현실은 일단 이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시장권력이 확대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의회권력 혹은 정부권력이 시장권력 위에 군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민의를 옳게 반영해야 할 대의기구가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일 대의기구인 정부나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정책에 반영하는 등 옳게 기능한다면, 시장권력이 크게 확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정치적 작용은 마땅히 줄어들기 마련이다. 거듭 말해서 그것으로써 시민이 굳이 정치적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할 이유나 명분을 잃게 되는 것이다. 앞서 지적처럼 정부나 국회의 대의기능이 옳게 실현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시민의 정치참여가 확대되고, 이 결과 대의기구인 정부나 국회가 무력화 되는 등 ‘식물 정부’, ‘식물국회’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치현상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지난 정부의 고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정부가 실행하고자 하는 정책이) 옳다고 판단되면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 갈 것”임을 여러 번 천명한 바 있다. 현 정부의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지율 하락과 함께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의 이 말은 ‘여론을 무시하겠다는 적극적인 의미의 말’이라기보다는 ‘옳은 정부정책은 반드시 실행되어야한다는 정책구현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앞 문장을 잘 살피면, 이 문장 속에 묘한 갈등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옳은 정책’에서 ‘옳다’는 것의 ‘판단기준’이다. 그렇다면 과연 앞에 제기된 ‘(옳은 정책의) 판단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현 정부의 이명박 대통령 역시 앞서 제기한 ‘판단기준’으로 자신의 생각 즉 정부적 판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생각은 민주사회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점이다. 이는 바로 앞서 제기한 그 ‘판단기준’이 (대의제를 채택한 민주국가에서) 민의(民意)를 대변하는 여론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제아무리 정당성을 확보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할 리도 없지만, 민의가 그것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정부는 그것을 폐기하는 것이 옳다. 더군다나 국민의 뜻을 대의하는 국회가 국민 불신으로 이미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때에, 단지 한 때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이유와 이에 기초한 임기제에 기대어 국민의 뜻에 반하는, 정치적 의사결정에 나서는 것은 더더욱 금기할 일이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크게 추락한 상태에서는, 그렇다고 국정운영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더욱더 여론을 중시해야하며, 이를 수렴하여 반드시 국정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정부 때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싼 여야의 극렬한 대치나, 현 정부의 미디어법 제정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여야의 극렬한 대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적용해야 할 판단기준은 여론 및 그 추이다. 굳이 ‘여론추이’라는 것을 덧붙인 것은 관련법 제정 취지가 그 초기에는 국민에게 널리 인지되지 않아 여론 동향 또한 왜곡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데, 앞서 말한 두 입법사항에 대한 예의 경우 그 논의가 한 동안 진행되었고 또 된 만큼, 여론 또한 입법취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전제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아무튼 정부정책 결정의 준거로서 입법사안의 정당성 ‘판단기준’이 민주사회에서는 ‘민의를 담은 여론(동향)’이 되어야 하며, ‘정부의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지난 정부나 현 정부 모두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했거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앞서 말한 ‘여론무시’ 경향 때문이다. 즉 두 정부 모두 여론을 ‘특정 시민세력이 주도 한다’는 판단 아래 아예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였고, 또한 보이고 있다. 이 때 정책실패 또한 일어나게 되는 데, 이는 여론을 반영하지 않은 정부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것을 함의한다.

결국 이러한 정부적 판단이 우리사회를 정치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정부도 그랬지만 현 정부 역시 이런 경향을 ‘소통부재’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으나, 이는 책임을 떠넘기려는 정부의 졸렬한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디지털 사회의 국민은 정부 혹은 정부정책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게 되는 만큼, 대부분의 경우 정부의 정책의도를 사전에 꿰뚫기 마련이다. 이런 국민을 우매할 것으로 보고, 특정정부정책에 대해 정부적 판단을 강압하려든다면, 이런 정부에 대해 어떤 국민이 과연 지지를 보내겠는가?

현실의 국민은 정부정책이 국민 삶의 질에 커다란 여향을 미친다는 점을 익히 잘 알고 있다. 이제 여론은 과거와 달리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국민적 생각을 담는다기보다 적극적 국민행동으로서 국민적 요구 사항을 담고 있다. 이 점을 정부가 보다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면, 정부는 집권기간 내내 국정운영 상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다.

지금 정부는 다른 모든 것을 제쳐놓더라도 일단 여론 동향에 귀를 기우려야 하며, ‘민의’를 국정운영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이 때 비로소 현재 우리사회 내부에 팽배해진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룰 수 있다.

여론을 존중하고, 이를 정부정책에 제대로 반영할 때 비로소 정부역량이 강화되면서 정치의 효율성 또한 달성 된다.

2009.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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