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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정치적 패배 인정하고 정부정책 적극 수용하는 자세 필요
민주, 정치적 패배 인정하고 정부정책 적극 수용하는 자세 필요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09.08.01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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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특히 민주정치는 정치적 ‘패자의 부활’을 허용한다. 사회, 특히 민주주의가 위대한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정치적) 패자의 부활,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현재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역시 10년의 긴 세월을 기다려 재집권에 성공하는, 소위 ‘패자의 부활’을 이룩했다.

자연계의 질서는 패자의 부활을 허락하지 않는다. 자연계에서 생명활동을 하는 모든 생물은 에너지의 원천으로 태양에너지를 이용한다. 따라서 모든 생물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이 에너지 획득에 실패하면, 그것은 곧 도태(陶胎) 즉 소멸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연계 질서에 비하면 인간의 질서 곧 정치질서는 꼭 같이 경쟁체제 속에 있되 ‘무한’과 ‘제한’이라는 차별성을 보인다. 이 차별성으로 인해 자연과 함께 인간 곧 (정치)사회 또한 더 위대하다.

지난 8개월 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미디어관계법’을 놓고 극렬하게 대립했다. 두 당은 이 법안에 대해 6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합의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두 당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급기야 이 문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라는 절차를 거처 지난 22일 국회본회의 상정되어 최종 가결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한나라당 소속의원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 내에서 충돌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날 한나라당은 의장석 사수와 함께 투표를 해야 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했다. 이로 인해 두 당 의원들 사이에 극렬한 몸싸움이 있었고, 투표 또한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이 혼전 속에 일부 대리투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의결정족수 미달로 재투표가 또한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미디어관계법 국회본회의 의결 과정이 일부 절차상 문제점을 드러냈다. 앞서 제기한 절차상 문제점’이라는 표현은 내 개인의 사견이며, 이 문제의 실상은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를 이유로 민주당은 이 문제와 관련해 즉각 헌법재판소에 미디어관계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한편 이 법의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리고 여기에 거치질 않고, 민주당은 소위 ‘언론악법 무효화 및100일 투쟁’을 전개하기로 하고, 이미 골목투쟁을 시작했다.

아무튼 미디어관계법이 시행에 들어 갈 경우 그것이 미칠 정치 사회적 파장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해석이 너무나 다르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이나 정부는 이에 대해 산업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해석을 하고 있는 반면에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언론장악 음모라는 정치적 해석에 주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국민이 보기에 볼썽사나울 정도로, 두 정당의 극한 대립이다.

나는 이 같은 두 측의 해석과 관련해 정당성이 어느 쪽에 있는 지를 굳이 말하고 싶지는 않다. 실제로 이 법이 운용될 때 나타나는 파장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해 두어야 할 점은 현재의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지난 대선에서의 패자다. 이 패배는 그저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국정운영에 대한 주도권을 내어 준 것이다. 따라서 패자인 민주당은 말없이 승자인 집권당 혹은 정부의 정책을 일단 수용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우려하는 것들이 현실이 되었을 때, 그 때 그 점에 대해 비판하고, 바로 잡는 노력을 경주하는 한편 대안을 제시하는 등 새로운 정치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법의 파장을 속단한 채, 정부가 관련 미디어 정책을 아예 전개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형상을 연출하고 있다. 국민이 보기에 민주당의 이 같은 정치행태 역시 한나라당의 독단적 정치행태처럼 그리 좋게 보일 리 없다.

지금 국민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앞서와 같이 경직적 자세가 아니라 정치적 유연성을 좀 보여주었으면 한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의 정치적 패자인 민주당이 여당 혹은 정부에게, 특히 정부정책과 관련해서는 유연성을 꼭 좀 보여주었으면 한다.

거듭 말하지만 패자라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패자로서 승복하는 자세를 민주당이 좀 보여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래야만 한국정치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등 산다. 이래야만 민주당 역시 정치적 패자로서 부활하는 날, 즉 민주당이 재집권하는 날을 또 다시 맞는다. 아울러 그 날 이후 집권당으로서 민주당 역시 야당에 대해 정국운영과 관련해 정치적 협조를 당부 할 수 있다.

 상생의 정치, 그것은 곧 여당과 야당이 정권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 이 때 비로소 국민 또한 편안해 진다.

200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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