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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경기’를 개선하자면
‘체감경기’를 개선하자면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09.08.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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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 출하→ 소비→투자→(확대 혹은 축소) 재생산로 이어지는 일련의 경제순환, 그리고 이 ‘경제 순환(경기진행상황)’의 크기를 결정할 제 변수들(예, 금리, 주가, 환율, 물가,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기타 개별경제주체의 기대심리 등)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2009년 3분기 우리경제는 분명 글로벌 금융위기가 부른 경기침체의 위기로부터 벗어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 준다. 단 통계적 조작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비롯해 많은 경제연구소들, 혹은 경기 분석가들은 여전히 신중론과 함께 경기의 본격 회복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 소비수준이나 고용동향 등을 고려할 때 세계경제와 함께 우리경제 역시 아직 자생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경제는 앞서 말한 경제지표들의 움직임, 즉 지표경제만을 놓고 보면 이미 확실한 상승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우리의 지표경제는 분명 지난 분기에 바닥을 다졌고, 이번 분기에는 본격 상승기에 접어들었지만 국민이 일상의 경제생활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 외환위기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체감경기는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는 외환위기로 인해 중산층이 붕괴되는 등 사회구조가 변했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사이에 왜 앞서 말한 괴리가 발생하는 것일까? 앞서 말 했듯이 이는 산업구조 혹은 사회구조로 인해 경제활동의 결과 발생하는 국민총소득이 특정 계층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즉 산업구조 혹은 사회구조에 의해 경제활동의 결과 발생하는 총 소득의 재분배 구조가 지나치게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말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 들이 있다. 바로 화폐의 유통속도나 저축율의 구성 등이 그 예이다. 이를 통해 투자와 생산 확대, 그리고 소비수요의 확대가 뒤따라야 비로소 경기가 본격 상승기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화폐의 유통속도(Velocity of Money)는 화폐 한 단위가 일정기간 동안 거래에 사용된 회수를 나타낸다. 따라서 적정 수준의 화폐 유통속도가 확보될 때 비로소 경기가 제대로 확장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개념이 다른 것이기는 하지만 이를 대변하는 또 다른 지표가 통화승수이다. 통화승수는 은행은 신용창조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이 또한 화폐 유통 속도와 연계되어 있다. 최근 통화승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 화폐의 유통속도를 산출하려면 소위 피셔의 교환방정식 즉 MV=PQ(M, 통화량, V, 화폐의 유통속도, P, 물가 수준, Q, 실물 단위 상품의 총 거래량)를 이용하면 된다. 이 항등식에서 화폐의 유통속도 V=PQ/M으로서 곧 국민총생산을 통화량으로 나눈 수치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저축과 투자 또한 경기활성화의 깊은 상 관계를 맺고 있다. 즉 사회내부의 저축율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어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현재 대부분의 가계는 항상소득 부족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현재 ‘가계의 저축율(2006-2008, 3년 평균 저축율 4.8%)’은 결코 높을 수가 없다. 다만 ‘기업의 예금율(2006-2008, 3년 동안 평균 저축율은 30.8%)’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기업의 투자가 그 만큼 위축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저축율의 관점에서 개별경제주체가 처한 경제적 입장을 살피면, 현재 가계는 쓰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쓰는 형편이고, 기업은 돈을 많이 가지고는 있지만 불확실성의 증대로 투자에는 아예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제적 상황 하에서는 결코 체감경기가 좋아질 수 없다.

체감경기, 내 주변의 10인 모두 ‘돈 때문에 죽고 싶다’ 한다.

체감경기를 결정하는 것은 역시 가계의 수입 상태, 즉 가계소득의 크기다. 지금 가계는 앞서 저축율(2006-2008 3년 평균 4.8%)에서 보듯이 ‘항상 소득’ 부족에 직면해 있다. 즉 현재 대부분의 가계가 직면해 있는 즉 가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비용(기초생활비)은 주거비, 교육비, 통신비, 교통비, 식품 음료비, 의료비, 수도 전기료를 포함한 각종 공과금, 재산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 기타 각종 벌과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비용수준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내가 우리사회를 들어 ‘고비용 구조의 사회’라고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근년 들어 우리의 사회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점차 고비용구조로 옮아가고 있다. 이로써 가계의 씀씀이 곧 가계를 유지하는 데에 드는 비용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 속에 있다.

◆ 지금 우리는 이 문제의 원인을 ‘경기(景氣) 탓’으로 돌린다. 과연 그럴까? 사실 더 본질적으로 이 문제를 분석해 들어가면 경기적인 이유와 함께 앞서 말한 사회구조와도 연계되어 있다. 물론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바로 산업구조이다.

다행히 전년도에 비해 올해 소비자 물가는 년 초 3% 대 후반에서 크게 하락해 7월 현재 1%대에 안정되어 있다. 하지만 국민의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생필품 가격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아무튼 앞서 말한 대로 지금 가계는 소득은 줄고 생활비는 늘어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내 나이는 50을 갓 넘겼다. 최근 내 주변의 10인 모두 돈 때문에 죽고 싶다한다. 심지어 그들 모두 불안한 미래로 인해 밤잠을 설치기까지 하며, 급기야 우울증 초기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밤, 새벽 역시 그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들 모두 가장들이다. 저들의 ‘죽고 싶다’는 말은 결코 농담이 아니다. 자신이 처한 경제적 현실을 저들 모두 정말 진지하게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저들과 같은 입장이다.

나를 둘러싼 10인의 말에서 우리는 현실의 체감경기가 어떤 상태에 있는 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사회에 엄청난 자금이 풀렸다. 이로 인해 예금금리 혹은 대출 이자율 또한 매우 낮은 상태다.

그러나 그렇게 많이 풀린 돈은 모두 금융기관 유동성으로 흘러들었고, 서민가계의 소득 실현으로 전혀 이어지지 않고 있다.

현실의 체감경기가 어려운 이유도 이 점 때문이다. 즉 정부의 금융확장 정책에 따른 (인위적) 통화 공급은 주로 금융기관의 유동성 부족, 즉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데에 투입되었다. 물론 정부는 앞서 말한 금융확대 정책과 함께 감세 및 재정확대 정책 또한 함께 추진했다. 하지만 감세 및 재정확대 정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또한 그 대부분이 일부 대기업에게로만 돌아갔다. 이로 인해 시중에 돈은 역대 사상 최고조로 많이 풀렸지만 가계는 그 혜택의 범주에 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앞서 말한 대로 가계는 여전히 소득부족에 직면해 있다.

체감경기를 개선하자면

체감경기를 개선하자면 중산층 복원 프로그램의 가동과 함께 가계의 소득을 보전하는 데에 정부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사회구조와 함께 가계의 소득구조를 파악해 소득구조별 가계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감세정책을 추진하되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주택에 한해 재산세를 한시적으로 면제 혹은 감면하는 등의 방법도 체감경기 개선에 유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 또한 연식에 따라 면제하는 방법 및 감면하는 방법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이 외에도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으로 가계소득을 최대한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강조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강화와 함께 그 동안 우리사회에서 퇴출되었던 노동집약적 산업 또한 다시 육성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일본이 겪고 있는 90년 대 10년의 복합불황과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제성장률 저조나 우리경제가 현재 겪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은 양국 모두 산업구조가 고도화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앞당긴 것은 기술 발전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지만 이와 함께 경제의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노동자의 권익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측면 또한 있다.

이로 인해 노동자 임금의 급상승과 함께 양국의 노동집약적 산업 대부분이 경쟁력을 잃어 제 3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긴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나타난 것이 산업공동화 현상이며, 양국 모두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의 재편이 이루어졌고, 이로써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일본 경제가 그나마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피할 수 있었던 근저에는 그 동안 현지화에 주력했던 산업정책을 다시 국내로 되돌리려 했고, 이 같은 정부정책에 힘입어 해외에 구축했던 생산 공장을 본국으로 다시 되돌렸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현재 베트남, 태국, 중국 등지에 진출해 있는 노동집약산업을 한국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최근 중국에서의 생산입지가 약화되면서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기업 중 상당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을 한국에서 다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들이 한국에 돌아 올 경우 세제지원과 함께 고용 율에 따른 직접지원 방식(임금보조 등의 형태로)을 강구하면 아주 좋은 정책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외에도 농업을 기업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회적 고용 율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 아무튼 체감 경기의 현재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가계소득이 보전되어야 하고, 이처럼 가계소득이 정부의 도움 없이 자생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현실경제를 고려할 때,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정부가 정책의 초점을 가계소득 보전에 맞춰야 할 이유이다. 이 때 비로소 체감경기가 개선될 수 있다.

200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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