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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 동향과 한국경제
외국인 투자 동향과 한국경제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09.08.09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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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세계가 한국경제를 향해 내뱉듯 쏟아내는 경기전망을 보면, 한마디로 장밋빛 일색이다. 이를 반영하듯 외국인의 한국투자는 날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아주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예후가 나쁘다. 바로 우리 증시의 변동성이 너무 큰 탓이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가 바로 원화가치의 상승 즉 환율 하락 경향이다. 앞서 ‘예후가 좋지 않다’고 한 것은 이 점과 연관되어 있다.

한국은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국가다. 환율 하락의 폭이 일정 수준까지 확대되면 우리(기업)의 수출경쟁력은 그 만큼 약화된다. 그러나 저들에게 이는 이중의 이익을 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즉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과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익의 실현이 그것이다.

이와 더불어 저들이 한국시장에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현행 국내 금리수준이다. 현행 국내 금리 수준은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에 비해 무려 기준금리 만을 놓고 보아도 2%P 이상 높다. 따라서 저들은 이들 국가에서 자금을 차입해 국내에 들여놓기만 해도 금리 차만큼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미 국내에서는 ‘출구전략(Exit Strategy, 위기 이후 유동성 회수전략)’이 언급될 정도로 경기가 본격 상승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연 그런가? 많은 이들이 각종 경제지표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현재의 지표를 신뢰할 수 없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지표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착시효과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겉옷만 보고 속옷조차 명품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거듭 말하지만 현재의 경기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각종 경제지표는 착시효과를 부르는 붉은 치마를 걸치고 있다. 붉은 치마로 인해 가려진 실제내용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우선 기저효과를 들 수 있다. 다음으로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 및 금융통화 완화 정책, 그리고 감세정책 등을 들 수 있다. 즉 2009년 2분기 GDP 성장률은 1분기의 0.1%보다 무려 2.2%P 높은 2.3%를 기록한 것으로 통계청은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 분기 성장률이 지나치게 저조한 데에 따른 기저효과와 정부 정책 효과가 함께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2분기 GDP 성장률의 실질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재정지출확대와 감세 및 기타 정부정책 효과가 반영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2분기 GDP 성장률을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오히려 -4.2%의 성장률을 기록함으로서, 한국경제는 여전히 역성장 속에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후에도 한 동안 정부는 현재의 경기확장정책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분명 입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행동기조는 이미 바뀌었다.

정부는 지난 5월 이후 이미 상당액의 유동성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은은 위기와 함께 본원통화를 크게 늘렸다. 하지만 지난 5월 이후 한은은 본원통화의 공급을 크게 줄여 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 시켰다. 즉 한은은 위기 이후 시중은행의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공급했던 외화유동성 565억 달러 중 77.2%에 해당하는 469억 달러를 이미 회수한 상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후 국내 금리는 크게 오를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가는 앞서 말한 이중에 1중을 더한 3중의 이익을 실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세계가 한국경제를 향해 존경과 감사를 표현 하는 등 지나치게 낙관론을 펼쳐 보이는 것은 ‘철없는 아이 똥구멍을 간질이는 것(외부 자극을 그냥 받아들인다는 뜻)’과 하등 다르지 않다. 이 결과 한국은 어느 순간 국부의 유출이라는 새로운 경제상황에 직면한다. 이 때 나타나는 것이 이미 우리가 지난 시기 경험한 극심한 자본유출이다. 어디까지나 추론이지만 한국에서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이유 또한 이 점 또한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근년 들어 우리는 우리의 기업들이 높은 현금보유 비중에도 불구하고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며 힐난했다. 과연 그럴까? 즉 우리의 기업들이 적극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 원인이 단순히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일까? 물론 이 점도 그 한 요인이지만, 이 보다는 현재 기업들 역시 투자여력을 감당할 만큼의 충분한 자금을 갖지 못한 것은 아닐까? 나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97년 말 발생한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를 전격 도입함으로서 사내유보금을 쌓기보다 주주에 대한 이익 배당을 중시하게 되었다. 이로써 해마다 정산을 통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한해 수익 대부분을 배당에 할당하고 있다.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가의 ‘투자비중이 한 때 44% 대(2009년 8월 현재 30.8%대)’까지 이른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의 이익 대부분이 주주를 위한 이익배당의 실현에 할당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들 기업에게 투자 확대를 위한 사내 유보금이 많이 남아 있을 리가 만무하다. 이렇고 보면 근년 우리기업의 투자가 부진한 것도 이로 인한 탓일 개연성이 크다.

아무튼 2009년 3분기를 기해 또 다시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그러면서 세계주요 기관 및 저널들은 한국경제의 경기낙관론을 옹호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들 모두 지난 해 하반기와는 달리 한국이 매우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저들은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무려 13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최근 외국인 투자가들의 자금 운용 패턴에 약간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점과 관련해 우리는 저들의 투자의도에 대해 좀더 심사숙고해야 하며, 또한 저들의 태도 변화에도 유의해야 할 듯 하다. 바로 저들이 유입시키고 있는 자금의 성격이다.

우리증시는 앞서 말한 대로 변동성이 매우 크다. 최근 한국증시에 참여하고 있는 자본 대부분이 중장기 투자비중이 높은 영국계이거나 미국계라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믿기에는 우리의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아마 헤지펀드의 비중이 상당히 높을 것이다.

사실 저들은 우리의 주식시장에서 일단 치고 빠지면 그만이다. 저들은 인정과 은혜 같은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저들에게는 오로지 이익만이 목적이다. 이 같은 저들의 행동은 종래 우리에게 국부의 유출이라는 큰 상처를 남긴다. 하기야 자원과 자본부족 국가인 한국으로서는 남의 돈으로라도 벌어먹고 살아야 할 형편이다. 이것이 한국이 처한 경제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간 속이 쓰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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