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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이후 경기, 자칫 ‘더블 딥’에 빠질 수도
4분기 이후 경기, 자칫 ‘더블 딥’에 빠질 수도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09.08.09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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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의 경기가 이미 고점 상태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 하기야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즉 현 우리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채 2%에도 미치지 못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확대 및 감세, 그리고 통화의 양적 확대를 통해 시장에 공급한 약 100조 원 가량의 자금이, 약 6개월여 시차가 있기는 하지만, 곧 바로 주가와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쳐 이들 자산 가격이 치솟는 등, 우리경제에 일부 문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지금 이런 생각에 휩싸인 듯 하다. 이는 이미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의 입이나 기타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출구전략 안(위기 이후 유동성 회수 전략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는 데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등 경기가 실제로 좋아졌다면 반드시 나타나야할 총수요의 확대 등 경제 활력적 현상들이 전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최근 제시하고 있는 각종 경기 관련 지표들을 보면, 한 마디로 의도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즉 현실에서 고용사정이 나아지는 등 경기가 실제로 좋아지는 징후는 전혀 없다. 다만 주가가 오르고,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이 오르고는 있지만 이 또한 경기가 좋아지는 데에 따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경기가 크게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면,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 이는 정말 분통까지 터트릴 일이다.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그 동안 수 조원의 돈을 시장에 투입했지만 그 돈이 모두 어디 갔는지 그 행방이 묘연하다. 다만 그 중 일부는 시중은행의 신용경색 해소에 충당되었고, 나머지는 희망근로봉사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에 사용될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나머지는 모두 어디로 흘러들어 갔나? 광화문 광장 조성에 모두 사용되었나, 아니면 대통령 외국 순방길에 모두 사용했나? 지금 서민은 시중에서 도무지 돈을 구경할 수조차 없다. 지난 달 23일 5만원 신권까지 발행되었지만 이로 인해 늘어난 유동성 또한 서민 가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시중에는 돈 자체가 없다. 물론 전혀 없기야 할까 만은 적어도 서민 가계가 만져 볼 수 있는 돈은 전혀 없다. 통화의 유통속도는 여전히 아주 낮은 상태이다. 당연히 정책당국의 말과는 달리 현재 서민가계는 아무 것도 나아진 것이 없다. 그런 데에도 무슨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고 다들 호들갑을 떠는가? 경기가 혼전되고 있다면 당연히 서민가계의 살림살이 또한 나아져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이후 본원통화를 위기 이전 수준까지 되돌렸고, 시중은행에 제공했던 외화유동성 또한 약 77.2%가량 회수했다. 기타 통화안정증권 발행 규모 등을 고려해도 이미 한은은 출구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한 셈이다. 비록 정부가 기준금리에는 손을 대지 않는 등 아직 거시변수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지만 미시적 대응만은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최근 일부 지역 주택가격이 오른다며 정부는 ‘LTV’를 하향 조정하는 한편 DTI까지 서울시 전역에 적용한다는 방침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2분기 GDP 성장률은 3분기 이후 급격하게 꺾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실 지난 1, 2분기 GDP성장율은 정부 재정 확대 및 감세 정책 탓이며, 민간부문에서의 투자증가라든가 소비증가 등에 의해 성장률이 제고된 측면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2분기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투입할 수 있는 재정 규모는 상반기에 비해 크게 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전년 동기대비는 물론이고, 전 분기 대비 GDP 성장률 또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한국경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더블 딥’에 빠진다.

물론 현행 금리구조라든가 경상수지 흑자구조의 지속과 외환보유고의 증가, 주가, 환율, 가타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 등을 고려하면 시중에 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하리라는 것은 미루어 알 수 있다.

그러나 쏠림현상으로 시중의 유동성 대부분이 대기업을 포함하는 특정계층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돈은 그곳에서 한 여름 오수에 취한 인간처럼 잠에 취해 옴짝달싹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유동성을 추가적으로 공급하는 방법을 등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 경향을 시장에 제한적으로 불어넣어야 비로소 돈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아직도 시장은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있다. 자연히 경제주체는 돈을 추가적으로 더 보유하려는 경향 속에 있다. 최근 국내소비자 물가가 1%대에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이 점이 결코 무관하지 않다.

200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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