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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냉기가 들다.
바람에 냉기가 들다.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09.08.21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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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의 햇살에 등이 따갑다했더니, 어느 새 저녁 바람에 냉기조차 들었다. 어제 아침 서풍이 불더니만 한 나절 옷이 푹신 젖을 만큼 여름비가 내린 직후에 나타난 일기(日氣)다. 세상 풍경이 빠르게 변해가는 만큼 일기(日氣)마저 순간 변하고 있는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말한 대로 어제 한나절을 경계로 공기 중의 열기와 냉기가 그 위세를 바꾼 것이다.

한반도의 가을은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모든 것이 풍성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하늘과 땅 새가 더 높고 넓어지면서 무한한 공간의 새로운 자유를 만끽할 수도 있다. 자연히 사람들 모두 정서적 안정과 함께 가을의 풍성함 속에 빠져든다. 이로써 이 때 만큼 사람들이 너그러워 지는 때도 없다하겠다. 하지만 올 가을 풍광은 여느 때와 좀 달라지지 않을까한다. 늦은 태풍이 올까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사람들 모두 너무 지쳐있기 때문이다.

연이은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충격 속에서 많은 국민은 계속되는 ‘경제 한파’로 인해 앞으로 좋아 질 것이라는 희망마저 잃었다. 이런 속에서 이미 다가온 올 가을은 이들에게서 집을 빼앗는 등 경제적 고통 또한 가중시킬 것이다.

이미 돈이라는 돈은 모두 증시라는 하마가 계속 집어 삼키고 있고, 앞으로 이런 경향이 상당 기간 계속될 태세다. 자연히 돈이 필요한 저들의 호주머니 속에는 단 한 푼의 돈도 들 수 없다. 사실 돈은 돌고 돌 되 실물을 매개로 돌아야 한다. 그래야만 더 큰 생산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가치 또한 창출된다.

이렇게 해서 돈이 필요한 이들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와는 영 딴판이다. 돈이 돈과 맞물려 그저 헛바퀴만 맴돌 뿐이다. 즉 모든 돈은 앞서 말한 증시와 같은 금융기관의 전산 시스템 내에서만 돌 뿐 전혀 바깥으로 흘러나지 않고 있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돈이라는 돈은 아예 그 곳 놀이에 푹 빠져 굳이 탈출할 이유도, 애써 탈출하려들지도 않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시중에서는 돈을 아예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런데 이미 금융정책 당국은 시중에 돈이 너무 풀려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돈 줄을 더 죌 태세다. 소위 ‘출구전략’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돈이 이렇게 금융권에서만 머무르는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나타난 경기침체와 그것이 부른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이기는 하다.

물론 정부가 현재의 경제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아직 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뿐 향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다. 하지만 바로 그 성과가 나타나는 시기까지가 문제다. 바로 지금이 그 시기로서 정부정책의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저들에게는 없다. 저들 대부분이 올 가을을 넘기지 못한 채 거리에 나앉아야 할 판이다.


정부의 응급구호 정책이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단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지금 정부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며 각종 금융지원 정책을 비롯해 수많은 정책을 쏟아 내지만, 정작 그 혜택을 받고자 해당기관을 찾아가 그 실체를 확인하면 저들의 손에 들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러니 하루 새에 바람에 냉기가 들어 무더위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보다는 오히려 더 큰 걱정이 앞선다. 이 같은 국민의 걱정을 들자면 정부는 마땅히 시중에 돈이 돌도록 해야 한다. 즉 돈과 돈이 맞물려 그저 맴도는 현재의 양상을 차단해야 한다. 그런데 돈이 돈과 맞물려 돌면서 짓는 소용돌이의 폭과 크기가 너무 크다. 물론 이 소용돌이가 언제인가는 위력을 잃는다.

그러나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것이 일반 국민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소용돌이의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금융권에 갇혀 있는 돈이 실물 쪽으로 흐르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는 약간의 인플레이션 경향을 우리경제에 불어넣어야 한다. 생산자 물가 혹은 수입물가가 오름세에 있어서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리스크가 현실화 되어 초래할 국민적 고통의 크기보다는 현재 많은 국민이 직면해 있는 경제적 고통과 그것이 초래하고 있는 현실적 좌절보다는 그 크기가 분명 작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말을 좀더 직설적으로 하면 90년 대 이후 한국의 산업구조가 기술집약적 형태로 전환되면서 단위 노동의 노동생산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노동의 총생산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청년 실업의 증가와 함께, 그 만큼 실업이 확대되고 있으며, 고용 없는 성장 또한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노동집약적 산업을 제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이들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선행되어야 하며, 만일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관련 산업 부문의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인해 관련기업이 존속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방법을 통한 경기활성화는 중장기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동비용 때문에 동남아 혹은 남미지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을 한국으로 다시 불러들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 이 정책은 보다 충분한 검증을 통해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산업경향만으로는 현재 금융권에 묶여 있는 자금들을 실물부문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 정부가 부동산 관련 정책을 주요 경기조절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과 함께 현재 우리경제가 처한 상황 즉 대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하면,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의 활력을 되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주택시장이 짧은 침체기 속에 있다가 외환위기가 극복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지 시작했다. 하지만 주택의 경우 공급이 단기간에 늘어 날 수 없으므로 지난 정부 4년 동안 주택가격은 폭등에 폭등을 거듭했다. 따라서 지난 정부는 5년 내내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무려 11차례나 부동산 투기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 결과 주택경기는 또 다시 가라앉기 시작했고, 이 사이 초대형 건설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건설업체가 부도위기에 내 몰렸다. 이로 인해 민간 부문에서의 주택공급은 현재 거의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주택가격은 다시 급등할 소지가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금융위기는 통화확장 정책을 불러 유동성 또 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같은 주택가격 동향에 따라 건설 붐이 조성되는 등 건설경기가 부양되어야 하나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에 직면해 있다. 즉 건설경기를 주도해야 할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구조조정 대상이며, 현재 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건설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을 가급적 빨리 마무리하고, 이들이 본격 적으로 건축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설경기가 되살아나야 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의 부작용을 정부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무튼 주택경기가 되살아나야만 현재 금융권에 머물러 있는 자금들이 실물부문으로 유입될 수 있다. 이처럼 금융이 금융시장을 이탈해 실물부문으로 유입되어야만 비로소 경기 호전과 함께 국민 삶의 질 또한 개선된다. 그러나 현재 상태로는 앞서 밝힌 내용이 구현되어 시장 및 가계(소득)에 영향을 미치자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정부도 현재 이런 문제까지 충분히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경기상황이 반년 더 전개되면 많은 국민이 엄청난 경제적 시련기에 직면할 전망이다.

이미 바람에 냉기까지 들었는데, 현실경기는 차갑다 못해 마치 냉동 창고 속 같다. 올 가을을 그럭저럭 넘긴다고 해도 다가오는 겨울이 문제다.

2009.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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