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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의 얇지만 넓은 리더 이야기] 속세를 초탈하고자 한 철학자 장자
[김진혁의 얇지만 넓은 리더 이야기] 속세를 초탈하고자 한 철학자 장자
  • 김진혁 작가
  • 승인 2023.01.06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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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작가] 전국시대 송(宋)나라 몽(蒙) 출신 자유인. 제자백가 중 도가(道家)의 대표적 인물. 장자는 개인의 안심입명(安心立命)에만 몰두하고, 속세를 초탈한 유유자적한 우주론으로 자연의 문제 이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중심사상인 만물제동(萬物齊同; 만물은 모두 똑같다)이란 모든 사물에 대립과 차별이 없음을 강조.

중국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 것은 공자처럼 정치 무대를 찾거나, 묵자처럼 사회개혁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욕망에 허덕이는 인간의 가련한 모습을 표현하고 현실 자체로부터 초월을 설파하기 위해서다.

INTRO: 만물은 도의 나타남이다

노자와 장자를 묶어 흔히 노장(老莊)사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두 사람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노자가 정치와 사회의 현실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데 대해, 장자는 개인의 안심입명(安心立命)에만 몰두했다.

장자의 《남화경(南華經)》은 읽는 사람을 도취의 망아(忘我) 상태로 빠져들게 한다. 진정 도를 깨닫는 사람은 삶을 기뻐하거나 죽음을 싫어하지 않고, 작은 것을 탓하거나 성공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억지로 일을 꾸미지도 않는다. 물고기가 물속에 있을 때 아무런 저항 없이 편안하게 살아가듯이, 사람 역시 도 가운데 행할 때 아무런 문제 없이 스스로 유유자적하며 살아갈 수 있다.

생애: 삶과 죽음은 하나다

장자는 칠원성(漆園城)의 말단 관직으로 평생 가난하게 지냈다. 장자의 인생관은 여유 있게 살면서 세상일에 몰두하기보다는 차라리 한 걸음 떨어져 관조하며 사는 것이다.

세속을 초탈해버린 최고조의 경지에서 봤을 때 잠시 잠깐 출세나 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장자가 죽어갈 때, 그의 제자들은 스승의 안장(安葬) 문제에 관한 상의했다.

그러자 장자는“나는 천지를 관으로 삼고, 해와 달을 벗으로 삼으며, 별들을 보석으로 삼고, 만물을 휴대품으로 삼으니, 모든 장구는 갖춰진 셈이다. 여기에 무엇을 더 좋게 하겠느냐?” 했다.

이에 제자들이 “관이 없으면 까마귀나 독수리 떼가 뜯을까 봐 걱정됩니다.”라고 하자, 장자는 다시 “노천(露天)에 버리는 것은 까마귀나 독수리 떼에게 뜯어먹도록 주는 것이며, 땅에 묻는 것은 개미 떼나 땅강아지가 먹도록 내어주는 것이니 이 둘이 무엇이 다르겠냐? 이것은 마치 이쪽에서 식량을 빼앗아 저쪽에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냐?”라고 말했다.

장자에 의하면,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삼라만상은 모두 도가 나타난 것에 다름아니다. 도밖에 만유(萬有, 만물)가 없고, 만유 외에 도가 없다. 따라서 리더란 무릇 나무로 깎은 닭처럼 실패에도 걱정하지 않고 성공해도 의기양양하지 않다.

작품 및 사상: 명리에 얽매이지 말라!

그의 이름을 딴 저서 『장자(莊子)』는 '지상에서 가장 심오하면서도 가장 재미있는 책'으로 알려졌다. 장자 자신의 글인 내편(7편)과 후학들과 추종자들이 덧칠한 외편 15편, 잡편 11편 총 33편, 6만 5천 여자로 이루어졌다.

만물의 근원에 도가 있다. 만물은 도에서 생겨나고, 다시 도로 돌아가는 절대 무차별로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스스로 근본이 된다. 도는 모든 것을 보내고 맞아들이며, 모든 것을 파괴하고 건설한다.

장자는 비관과 낙관을 한꺼번에 융화시킨, 달관주의(達觀主義) 경지에 도달한 진인(眞人)으로서 삶을 기뻐하거나, 죽음을 미워하지 않는다.

<나비와 장주(莊周)>의 예화에서“어느 날, 장자가 꿈을 꾸었다. 그런데 스스로 나비가 되어 이 꽃 저 꽃을 다니며 노닐다가, 자신이 장자라는 사실도 잊고 말았다. 꿈에서 깨어난 장자는 과연 장자가 꿈속에서, 자신이 나비로 변한 것을 보았는가? 아니면 나비가 꿈을 꾸면서, 장자로 변한 것인지?”

<소요유(逍遙遊)> 제1편에서, 대붕의 우화. 옛날 북쪽 바다에 곤(鯤)이라고 하는 커다란 물고기가 나중에 대붕으로 변했다. 그 새는 엄청나게 커서 구만리나 되는 높은 공중에 치솟아 오르며 삼천 리나 되는 파도를 일으킨다.

이때, 땅에서 매미와 비둘기가 그를 비웃으며 말하기를, “우리는 기껏 느릅나무에 올라 머물기 때문에, 잘못되어봐야 땅바닥에 동댕이쳐지는 일이 고작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구만리나 솟아 올라가 그 먼길을 가려 할까?”작은 지혜의 소유자는 큰 지혜의 소유자를 알지 못하고, 작은 경험자는 큰 경험자를 넘어서지 못한다.

장자의 사상은 첫째, 유가의 인위적인 도덕을 비판한다. 시대와 나라에 따라 도덕과 윤리가 달라진다.

가장 선이라 여기던 것들이 세월에 따라 박물관의 박제처럼 변하기에 도덕을 사람에게 강요하고 주입시키는 것은 마치 땅에 금을 그어놓고 달리게 하는 일처럼 위험하고 답답한 일이다.

둘째, 장자는 생명 존중의 윤리를 주장한다. 백이(伯夷)는 대의명분과 자신의 명예를 위해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고, 도척(盜跖)이란 자는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좇아 살다가 동릉산 위에서 처형을 당했다. 이 두 사람은 비록 죽은 원인이 서로 다르지만, 목숨을 해치고 타고난 본성을 상하게 한 점에서는 같다.

셋째, 장자는 본성에 따라 사는 분수의 윤리를 주장한다. 예컨대, “물오리는 비록 다리가 짧지만, 그것을 이어주면 도리어 괴로워하고, 학의 다리는 길지만, 그것을 잘라주면 오히려 슬퍼한다.” 태어난 대로, 생긴 대로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뜻이다.

에피소드: 인간은 도(道)를 체득하여 만물제동(萬物齊同)의 경지에 서다

#1. 어느 날 장자의 아내가 죽어 혜시가 문병을 왔다. 정작 장자 자신은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은가? 의아해진 혜시가 그 이유를 묻자, “나의 아내는 본래 삶도 형체도 그림자조차 없다? 이제 그녀도 죽었으니, 춘하추동의 변화와 같다. 그녀는 거실 안에서 단잠을 자고 있을걸세.”라고 대답했다.

#2. 우리가 가까운 곳으로 가는 사람은 세끼의 식사 준비로도 충분하다. 백 리 길을 가는 사람은 하룻밤 곡식을 찧어 준비해야 하고, 천 리 길 가는 사람은 석 달 동안 식량을 모아야 한다.

조그만 날짐승들이 어찌 대붕의 큰 뜻을 알 수 있겠는가? 아침에 돋아나 저녁에 쓰러지는 버섯은 새벽과 심야의 경치를 모르고, 봄에 나서 여름에 죽는 매미는 겨울의 풍경을 모른다. 

#3. 초나라 왕이 장자를 초빙하고자 신하를 보냈다. 신하가 물가에서 낚시하는 장자에게 국왕의 부름을 전하자, 장자는 태연하게 말하기를, “초나라에 신령한 거북이 있었는데, 그것은 죽은 지 이미 삼천 년이나 되었소. 초나라 왕은 그것을 비단으로 잘 싸서 태묘(太廟) 속에 간직하고 길흉을 점쳤습니다. 그런데 만일 그 거북이 정말로 신령스럽다면 죽어서 그 껍질로 사람의 존경을 받겠소,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 치며 살겠소?”라고 정중히 거절한다.

어록: 울고 웃는 것은 무차별인 도(道)를 모르기 때문

“빈궁한 것도 즐거움이요, 생각대로 되는 것도 즐거움이다.”
“곧은 나무는 먼저 벌목되고 단 우물은 먼저 말라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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