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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극장] 봄날은 간다-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질문
[심야극장] 봄날은 간다-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질문
  • 박병우 기자
  • 승인 2015.12.16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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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시사브리핑 박병우 기자]

 

*심야극장은 숨겨진 보석같은 영화나 지난 영화를 다시 돌아보는 코너입니다.

 

그와 그녀가 헤어졌다.

흩어진 소리를 채집하는사운드 엔지니어 상우,

그 소리를 방송을 통해 쏟아내는 은수.

처음부터 그들은 맞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어쩌면 잘 된 일인지 모른다.

 

변해버린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남자와
현실적인 여자의 이별 이야기 .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났으니 지금쯤은 언제나 소년일것만 같은 상우도 어른이 되어 있겠지.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면 직장 따위는 휙~휙 제낄수도 있고 세상 모두의 전부가 사랑이 중심었던 20대 중반의순수 청년 상우(유지태).

30대 초반의 나이에 한번의 상처를 간직한 농익은 여자 은수(이영애)

"한은수라고 해요.근데 조금 늦으셨네요"
상우와 은수의 첫만남.


약속시간에 조금 늦은 상우에게 건네는 은수의 대사.
시간의 늦음보다 어쩌면상우와 만남의 늦음을 얘기하는건 아니었을까?

 

이 여자 참 솔직하다.

"라면 먹고 갈래요?" ,

"자고 갈래요?"

 

좋으면 좋고 싫은건 싫다.

솔직하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다.

 

그런 그에게 결혼을 재촉하는 홀로 된 아버지를 위해 '김치 담글 줄 아냐?'며

참 촌스럽게 프러포즈 아닌 프러포즈를 건네던 상우.

 

한번의상처 때문이었을까 결혼을 인지하고부터는 이 여자 계속 뒷걸음질이다.

아니 대놓고 헤어지잔다.

 

거기에 이런 순하디 순한 남자는 '내가 잘 할께'란다.

아니 다시 헤어지자고 되뱉는 그녀에게'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끝까지 되묻는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질문..."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이미 변해버린...퇴색 되어져 가는 사랑 앞에서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싶고 붙잡고 싶었던 상우.

 

떠나간 사랑에 심장이 찢어질 듯 아프고 술김에 그녀를 찾아가 붙잡아 보려해도

깨고나면 현실은 그대로이다. 이 남자가 할 수 있는거라곤 다른 남자와 여행을 떠난 은수의 세워진 차를 열쇠로 긁는 것 뿐.

뺨이라도 한대 때려주던지 사이드 미러 하나쯤은 터프하게 발로 부숴줘야답답한 마음이 풀리지 않았으려나?

 

창밖으로 내리는 상우의 마음같은 빗물에 소줏잔도 비워 보고 악을 쓰며 노래도 해본다.

 

"한번 떠나간 여자와 버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씀을 남겨 주시고 떠나신 엄마와도 같았던

할머니의 말씀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계절이 흐르고 생채기가 났던 상우의 가슴도 단단해져 간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여자...은수.

그렇게 떠나갔던 그 사람.
다시 아무렇지 않게 '우리 함께 있을래?'라고 말하는 사람.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옷매무새를 어루만져주며
또 먼저 손을 내미는 참 이기적인 사람..

미워할수 없는 당신이지만..
이젠 나도 어른이 될꺼예요.

잘 지내요...고마운 사람...

그리고 안녕...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 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 김윤아 ' 봄날은 간다 中' -


봄날은 가지만 그렇게 순환되어 다시 돌아오고 소년은 어느새 남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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