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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의 발간 그리고 그 참담함에 대하여.
친일인명사전의 발간 그리고 그 참담함에 대하여.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09.11.0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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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자료: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재연구소(소장 임헌영)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는 8일, 친일인사 4839명이 수록된 친일인명사전, 전 3권을 발행하고, 이 날 오후 2시 효창공원 백범 김 구 선생 묘소 앞에서 발건 보고대회를 가졌다.

우리는 지난 해 4월 이번에 출간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인사의 면면에서 이미 참담함을 느꼈지만 오늘 그 서책이 우여곡절 끝에 정식으로 출간되어 이제 지난 부끄러운 역사의 일단을 후손 대대로 전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비록 좀 늦긴 했지만 일단 안도감을 갖게 되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해방 후 이 땅의 발전을 추동한 인물들이 대거 친일인명 사전에 수록되어 있어서 많은 국민들이 ‘한편으로는 놀라고, 다른 한편으로는 크게 부끄러워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역사의 일단을 보았다는 서글픔으로 이래저래 참담함을 금하지 못하겠다’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1905년 을사보호조약의 체결과 관련해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라는 통절한 분노의 사설을 썼던 위암 장지연(1864-1920) 선생조차도 그 후 친일행적이 드러나 그 곳에 실렸으니, 이 참담함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해석해야 하는가?

역사란 이 토록 비정한가? 목숨을 부지해 후일을 기약해야 하는 우리네 삶의 일단은 당시 정녕 비굴했다고 하더라도 후일의 행적으로 다시 용서되는 것인가? 우리는 오늘 ‘친일인명사전’의 발간으로 역사적, 사상적 대혼란을 겪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혼란을 발전적으로 승화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깊은 성찰과 함께 이를 기초로 국민대화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친일인명사전 발간의 대의 또한 이 점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적 진실만은 그 어떤 이유로도 그 옳고 그름을 보다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대한독립을 위한 일이라면 목숨조차 초개같이 던진 우리의 위대한 독립영웅들이 있었기에 오늘 날 대한민국이 있는 것 아닌가? 후일을 기약한다며 당시 친일행적에 나섰던 이들에게서 우리의 독립을 기대했다면, 그것은 정녕 무모한 일이었을 게다.

우리는 시인 윤동주에게서 친일 및 항일의 역사적 대의가 어떤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한다.

그 토록 고대하던 대한독립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일본 규수 후쿠오카 감옥에서 옥사한 시인 윤동주(1917-1945)가 그 동안 흘렸을 그 참회의 눈물에 무슨 의미를 진정으로 담고자 했는지, 오늘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그 의미를 바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시인 윤동주는 ‘서시(序詩, 1941.11.20)’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노래했다. 그리고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며 독립을 향해 가는 자신의 길에 어떤 확신을 불어넣는다. 물론 그 확신은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고 말함으로서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는 끝내 옥사함으로서 자신의 소신을 관철했다고 하겠다.

오는 20일이면 시인 윤동주가 서시를 쓴지 꼭 68주년이 된다. 우리는 그날을 12일 여 앞두고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함으로서 항일의 대의와 함께 반민족적 친일의 대의를 다시 한번 성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우리는 친일행적과 관련해 부끄러워해야 할 것과 누가 부끄러워해야하는 지를 또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에게 온 국민이 마음을 다해 오늘 다시 한번 뜨거운 감사를 올려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친일인명사전의 발간으로 드러난 역사적 진실의 참담함과 함께 그 참담함을 지은 이들의 후손들에게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의 기회를 가질 것을 촉구한다.

200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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