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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 주춤거리는 사이 대 북한 투자 선점한 중국
한, 미 주춤거리는 사이 대 북한 투자 선점한 중국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2.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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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미국은 생각을 바꿔야 할 시기에 생각을 충분히 바꾸지 못하는 아둔함을 보인 것이 아닌가한다. 적어도 대북한 투자에서 중국에게 밀렸다.

최근(2월 6일) 북한을 방문한 왕자루이(왕(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북한 국민총생산(GDP, 150억 달러)의 약 70%에 해당하는 금액( 약 100억 달러)을 북한에 투자하기로 합의한 모양이다. 북한의 외자유치 창구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과(이사장 원동연)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 이 사안은 중국의 대형 은행 두 세 곳과 다국적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오는 3월 중순 평양 ‘국가개발은행(북한이 외자유치를 위해 최근 설립)’에서 그 조인식을 갖는다는 것이다.

투자의 성격이나 참여 다국적기업 및 기타 자세한 사항이 알려져야 하겠지만 적어도 중국의 거대 자본이 북한에 투자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북한에 대한 중국의 모든 지배력이 향후 그만큼 더 크게 확대된다는 뜻이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그 동안 소원했던 북·중간의 관계가 청산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더 확대되리라는 것이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된다는 것은 곧 미국이나 남한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그 만큼 축소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문제와는 별개로 이번 외자유치를 계기로 북한은 그 동안의 폐쇄성을 어느 정도 걷어내고, 중국식 혹은 베트남 식 개방화 전략을 전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되면 그 동안 한국과 미국이 줄 곧 요구해 온 개방경제체제로 북한도 나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물론 중국 측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이나 한국의 협조 하에 관련 일을 진행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즉 6자 중 한·중·미 3국의 협의 하에 중국이 이번 일을 주도했으며,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연내 남북정상 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과 그 이전 싱가폴에서 이루어졌던 남북한 고위급 인사의 만남 등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이번 1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과 다국적 기업의 대북한 투자가 한국과 연계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해 일체의 언급이 없고, 기타 남북관계의 경색국면 등을 고려할 때, 이 문제는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남북한 당국자가 베트남을 공동 방문하는 등의 방법으로 북한의 경제개발 방식에 대한 논의를 전개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중국의 대북투자 결정 혹은 다국적 기업의 대북한 투자는 앞서 말한 대로 직간접 우리정부와 연계되어 있을 수 있는 셈이다. 만일 이런 일이 국민의 동의 없이 정부 주도하에 이루어 졌다면 이는 분명히 우리사회 내부에 큰 논란을 부르는 동시에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 많은 국민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대북정책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비핵 개방 3,000’이라는 정부의 대북정책을 옳게 실현해 가고 있는 지, 아니면 이 같은 정부의 대북정책에 문제점이 있어서 상당부분 그 내용을 수정했는지, 정부는 최근 남북관계의 진전 혹은 변화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부는 그 같은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만일 우리 정부나 미국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정략의 일환으로 대북 투자에 나섰다면 이는 이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보다 강화하려는 중국의 의도된 행위다. 최근 중국은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과 관련해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중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다. 이런 와중에 미·중 혹은 한·중·미 간에 북한의 경제개발을 도와야 한다는 묵시적 합의를 이룬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무튼 최근 동북아 정세에 일부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중 간은 물론이고, 미·소 간, 미·일 간에도 일부 마찰이 있다. 바로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 지목된 6자가 지금은 모두 제각각의 길을 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나온 중국 주도의 대북한 투자나, 남북정상 회담 연내 개최 가능성을 이 대통령이 언급한 점 등은 한반도를 둘러 싼 6자가 각기 새로운 행보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변화가 긍정적으로 이행할 지 혹은 부정적인 것으로 이행할 지 현재로서는 그것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적어도 우리에게는 이 같은 변화가 긍정적 변화여야 한다.

나는 2009년 4월 경, 정부에 대해 전 포항제철 회장인 박태준이 북한 지역에 제철소를 건립했으면 한다는 것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이 있다. 만일 이번 중국과 다국적 기업의 대 북한 투자에 우리가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이라면, 이후에라도 우리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북한 투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2010.2.13 / 일평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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