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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사태...제2의 사드보복으로 번지나
화웨이 사태...제2의 사드보복으로 번지나
  • 전완수 기자
  • 승인 2019.06.10 0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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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최근 우리나라 경제를 흔들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가 화웨이 제재 사태까지 확대되면서 좀처럼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양상이다.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IT 반도체 기업을 불러 모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조치에 협조하지 말라는 경고를 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기존에 논의했던 대로 합의하지 않으면 중국의 관세를 계속 올리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IT기업들은 '샌드위치' 신세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강국이자 시장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국내 기업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미·중 사이에 새우등 터지나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웨이 거래 제재 사태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등 어느 나라의 손도 들어줄 수 없는 ‘샌드위치’ 신세에 직면했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재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나서 미국 조치에 협조할 경우 보복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IT기업들은 이 가운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세계 무역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고, 중국은 글로벌 사업에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5%(8조3340억원), 47%(3조1600억원)에 달한다.

미·중 무역분쟁에서 최근 중심에 선 화웨이는 가장 큰 중국 고객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화웨이로부터 거둔 매출이 5조~8조원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을 섣부르게 선택할 경우 사업은 물론 생존 문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중국 정부가 보복 의사를 내비친 만큼 미국 측의 거래 제제에 동참하면 '제2의 사드보복'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제재에 거부하더라도 철강 관세부과 등의 방법처럼 미국이 오히려 국내기업에게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출처=시사브리핑DB
출처=시사브리핑DB

부상하는 사드보복 악몽

국내 기업들은 사드 보복이 한창일 때 악몽을 떠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이 절정이었던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직·간접적 피해만 최소 8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후 지난해와 올해까지 더한다면, 피해규모는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별 기업별로 보면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를 제공했던 롯데그룹의 피해가 가장 컸다. 소비자 불매운동과 규제로 중국 사업 상당부분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자동차 중국 합작법인도 대표적인 피해 사례이다. 사드 보복으로 판매가 급감하더니 급기야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문제는 중국 당국의 보복이 사실상 해제 수순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 기업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국내 IT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태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예상을 넘어설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종전에 세웠던 사업계획이 무의미해졌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기업들도 있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기존 사업계획 대신 사태 변화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체제로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화웨이 거래 제재 사태로 당초 반사효과 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장기화될수록 국내 기업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측에 무게가 실린다. 스마트폰 판매 증가는 일부 수혜는 미미한 대신 전자부품 업계는 중국 측 수요 감소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기업들, 정부 움직임에 촉각

뿐만 아니라 중국이 보복조치를 본격화하면 대중 수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국내 기업들이 입을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등 전자부품 산업과 중국 시장이 한국의 수출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국가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북핵 문제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던 것처럼 이번 사태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기업들이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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