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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상들, 더 싸진 '카스' 거부하는 이유는?
도매상들, 더 싸진 '카스' 거부하는 이유는?
  • 이순호 기자
  • 승인 2019.07.30 0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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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비맥주
출처=오비맥주

[시사브리핑 이순호 기자] 통상적으로 상인이 물건을 싸게 판다는데 거부하는 소비자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주류 시장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오비맥주와 주류 도매상들로 오비맥주가 맥주 출고 가격을 내리겠다고 하자 환영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상황과는 달리, 맥주 업계에서는 최대 성수기로 통하는 8월을 앞두고 주류 도매상들이 오히려 반발하고 있는 양상이다.

오비맥주, '카스' '필굿' 8월 말까지 가격 할인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오비맥주는 가격 할인으로 시장 공격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지난 23일 최대 성수기인 8월을 앞두고 자사의 대표 브랜드 '카스' 맥주와 발포주 '필굿'을 다음달 31일까지 가격 할인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여름 성수기에 맞춘 이번 할인 행사에서는 출고가 기준 패키지별로 4~16% 가격이 낮아진다.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는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203.22원에서 1147원으로 4.7% 내려간다.

'필굿'의 가격도 355ml 캔은 10%, 500ml 캔은 41% 가량 낮춰 도매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인하된 출고가가 적용되면 355ml 캔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12캔에 9000원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 측은 경기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여름 성수기에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리도록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도매상들, 일제히 반발

하지만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이하 중앙회)가 오비맥주의 출고가 정책에 반발하고 나섰다. 물건을 싸게 준다는데도 도매상들이 발끈한 셈이다.

이는 이번에 출고가가 인하된 카스 병맥주 가격은 지난 4월 인상 전 가격과 동일하기 때문이라는 게 도매상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출처=픽사베이
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출처=픽사베이

도매상들은 8월 성수기를 준비하기 위해 창고에 쌓아둔 재고까지 할인된 가격에 맞춰 팔아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앞서 지난 4월 국세청의 주류세 개편과 함께 가격 인상 예고와 가격 할인 전략 등으로 이미 두 차례 ‘카스'를 대량 매입한 도매상들은 더 이상 카스를 받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한시적이라고는 하지만 도매상들의 경우 기존에 비싸게 주고 산 재고를 싸게 팔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이는 자사 제품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유통 거래에 혼선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앙회는 지난 26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오비맥주의 도매상 PC 접속과 자료 요청 거부, 빈 병 반납 거부 등을 결의했다. 기습적 가격 인하가 물량을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최근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잘 팔리자 여름 성수기에 재고를 떠넘기려는 오비맥주의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테라는 지난 3월 21일 출시 이후 101일만에 1억병 판매 기록을 세우면서 맥주 부문 판매량이 반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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