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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GDP 성장률 8.1%, 그런데 그 효과는
1분기 GDP 성장률 8.1%, 그런데 그 효과는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6.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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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지난 4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우리경제의 GDP 성장률은 무려 8.1%나 됐다. 근년에 보지 못한 높은 성장률이다. 이 같은 성장률에 세계가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세계경제는 그 여건이 매우 좋지 않다. 2008년 10월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올 해에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주요국의 재정위기가 연 잇고 있다. 이러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정상화 되어 가던 국제금융시장을 다시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주요국 증시가 크게 출렁거리고 있고, 자연히 국제금융시장까지 요동치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 국제상품시장에서 금 가격이 여전히 폭등을 지속하는 등 실물경제 역시 위기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2년여가 다가오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세계는 아직 완전히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경제 역시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악조건의 세계경제환경 속에서 수출이 성장을 견인하는 한국경제가 지난 1분기 GDP 성장률을 8.1%나 기록했다는 것은 애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국경제는,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지난 1분기, 이미 모두에서 말한 것처럼, 8.1%의 GDP 성장률을 달성했다.

이 사실은 세계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우리에게도 놀라운 일이다. 이 점이 사실이라면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꼭 맞지 않나한다. 실제로 근년 우리의 수출은 앞서 지적한 열악한 국제무역환경 속에서도 크게 증가해,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이 역시 크게 놀랄 일이다.
이 점 또한 사실이라면 일자리가 많이 느는 등 사회내부에 성장효과가 반드시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성장효과가 사회내부에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럴까? 지금 한국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가?


현실에서 일반 국민 특히 서민경제의 실상은 각종 정부 발표와는 영 딴판이다. 다시 말해서 경제가 성장한다면 의당히 성장효과 또한 나타나야 한다. 제아무리 고용 없는 성장기라지만 경제가 고도성장하면 마땅히 일자리가 늘고, 비록 명목분일지라도 국민의 소득 또한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그 점이 영 나타나질 않고 있다. 실제로 내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좋은 일자리를 얻거나 소득이 늘어 기분 좋다”는 이가 아예 없다.

이처럼 우리경제가 고도성장을 하고 있지만 성장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경제학을 전공하는 이로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각종 정부통계가 지난 분기의 GDP 성장률을 뒷받침하고 있기는 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지금 우리경제에 무슨 문제가 있는 듯하다. 도대체 우리경제에 어떤 문제가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국내 GDP 성장률이 8% 이상 고도성장하는 데에도 좋은 일자리가 늘지 않고, 개인소득 느는 이 또한 별로 없다. 도대체 왜일까? 개방경제 탓일까? 아니면 사회구조 탓인가?

우리경제는 97년 말의 외환위기를 기화로 하여,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경향이 크게 강화되긴 했다. 이 결과 국내에 본사를 둔 굴지의 대기업 대부분이 다국적 기업 형태로 변했다. 이 탓에 국내 유수의 대기업이 창출한 소득 중 상당부분을 외국인 투자가들이 가져간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일자리가 늘지 않고, 개인 소득 또한 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앞서 제기한 문제, 곧 사회구조 혹은 여기에 기초한 현재의 소득분배 구조에 왜곡의 있거나 정부가 통계조작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지 않다면 지난 분기 GDP 성장률이 8.1%나 기록한 만큼 일자리 증가와 함께 개인소득 또한 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제의 이런 경향이 줄 곧 문제시되고 있긴 하다. 적어도 이런 경제경향이 개방경제 탓이 아니라면, 앞서 지적한 대로 이 문제는 소득분배를 결정하는 사회구조와 연계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소득분배 구조의 측면에서 양극화 현상의 심화/확대가 현 정부 들어 더 심각한 정도에 이르기 때문이 아닌가한다. 이 점의 원인 또한 살펴보아야 할 부문이다.
아무튼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세계자본주의 국가 대부분이 당면해 있는 문제이기는 하다. 이 같은 문제는 사회발전과 함께 점차 자본의 소득 지배력이 커지고, 그에 따라 창출된 소득 중 많은 부분을 배당의 형태로 자본가들이 모두 가져가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국내에 고 소득자 군이 늘고 있기는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근로소득자 약 1천 4백 만 명 중 약 1.4% 인 19만 여 명이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하지만 이들 1.4%의 개인이 가져가는 소득 총액이 19조 원 정도인 만큼, 이 규모는 전체소득에 비해 결코 크지 않다. 즉 2009년 국민총소득액(명목)이 1,068조 원으로 집계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서 말한 고소득자의 비중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증가분 중 상당부분을 과연 누가 가져가는 것일까? 단적으로 말해 현재의 우리경제사회의 실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소득을 창출하는 주요 대기업들이 소득 중 상당부분을 사내에 유보하거나, 이도 아니면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들이 기업소득 중 상당액을 해외로 밀반출하거나, 그도 아니면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 중 상당부분을 아예 국내로 반입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현재와 같은 경제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물론 기업의 경우 자신들이 창출한 소득 중 상당액을 연구개발 혹은 시설확충 등에 재투자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경제의 성장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이런 모든 점들을 함께 고려하면 여러 가지 이유와 방법으로 현재 우리의 국부유출이 매우 심각한 정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같이 국부유출이 심하면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그 성장효과가 개인소득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 점 때문이 아니라면 한은 등이 발표하는 정부통계가 사실과 다르게 조작되고 있다는 뜻이다.

흔히들 이런 경제현상을 두고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말은 곧 경제가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소득이 늘지 않아 서민 삶의 질이 매우 팍팍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되었든 지금 우리경제는 정부가 제시하는 각종 통계 치와는 달리 서민 삶의 질이 오히려 추락하고 있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언급해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사회구조와 연계된 정부 부문의 문제다. 지난 정부는 낙은 정부를 지향했지만,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그랬다, 그것은 마치 헛된 꿈에 불과했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좌절은 이 점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아도 좋다. 정부실패, 곧 지난 정부 역시 정부의도와는 달리 큰 정부의 모습을 보였다. 즉 지난 정부에서조차도 사회 양극화 현상은 오히려 확대되었던 것이다.
이에 국민은 2007 대선에서 지난 정권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정권을 등장시켰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는 노골적으로 큰 정부를 지향한다. 물론 집권 당시의 경제여건이 그것을 강요한 측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애초부터 이명박 정부는 친 기업 정책을 기저로 하는 성장주의 경제로 나아가고자 했다. 이 결과 이 정부는 점차 공공부문의 역할을 늘려가는 등 점차 더 큰 정부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는 사회 양극화 현상의 확대와 함께 소득분배구조를 더욱더 악화시키고 있다.

물은 통에 차면 저절로 넘치지만 소득은 제아무리 차도 저절로 넘치는 법이 없다. 이명박 정부 역시 이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집권초기와는 달리 중기로 들어서면서 정책기조를 중도실용에 기초한 서민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현 정부의 이러한 정책기조조차도 서민에게는 마치 ‘빛 좋은 개살구’와 하등 다르지 않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 확대가 양극화 현상을 확대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성장효과는 정부, 대기업 등에 모두 집중되고 만다.

한편 이 같은 경제현상은, 말과는 달리 현 정부가 큰 정부를 지향하는 한편,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현 정부가 말로는 중도실용 및 친 서민 정책의 강화를 외친다. 하지만 이는 무늬일 뿐이다.

지난 1분기 GDP 성장률이 8.1%를 기록했음에도 서민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당장 정책기조를 전환 하는 등 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 때 비로소 사회 양극화 현상의 해소와 함께 사회내부의 소득분배 구조 또한 개선되어 경제성장의 효과가 국민전체로 골고루 확산될 수 있다. 이 정부가 표피적으로 살아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미 그 기능이 다한 죽은 정부이다. 한국경제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일들을 시정하지 않는 한 경제의 성장 효과는 특정한 곳으로 모두 집중되고 만다.

지난 1분기 우리경제는 GDP 성장률 면에서 8.1%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 성장효과는 앞서 지적한 요인들 때문에 거의 나타나질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한국경제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중병 중이다.

20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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