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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성 의원, 정동영 전 의장에게 충고
최재성 의원, 정동영 전 의장에게 충고
  • 이흥섭 기자
  • 승인 2010.07.06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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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대상은 ‘당권’이 아니라 ‘국민’이어야 한다”
▲ 민주당 최재성 의원
“정치의 목표가 ‘당권’이어서는 안돼”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류와 비주류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최재성 의원이 6일(경기남양주갑/민주당)정동영 전 의장에게 공개서한을 발송하고 “정치의 목표가 ‘당권’이어서는 안된다”, “소통의 대상은 ‘당권’이 아니라 ‘국민’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정동영 전 의장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7.28보선을 코앞에 두고 ‘전당대회’ 변경을 요구하며 당권투쟁을 선언한 정 전 의장에게 ”한국정치사에 야당이 당내문제로, 그것도 전당대회 규칙 문제로 이렇게 대규모 집회를 한 역사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룰이 뜻대로 변경되지 않으면 또 탈당이라도 하시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불리한 룰이 있으면 양보를 요구하고 협상을 하면 될 일을, 한 개인을 위해 이렇게 비약의 정치를 해도 되는 것이냐?”라고 묻고 “그 해답을 풀어 줄 열쇠가 또다시 ‘당권투쟁’이라면, 외람되지만 또다시 실패하실 수밖에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ㄱ혔다.

최 의원은 이어 정 전 의장이 소위 ‘담대한 진보’를 이야기한 것에 대해 “‘담대하게’ 당권도전을 하시기를 충언한다”면서 “‘담대하게’ 요구를 하고 ‘담대하게’ 협상을 하고, 당권’을 목표로 정치행보를 하는 것은 정 전 의장님도, 민주당에도, 진보개혁세력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당의장님께 드리는 글 전문>

정치의 목표가 ‘당권’이어서는 안됩니다.
소통의 대상은 ‘당권’이 아니라, ‘국민’이어야 합니다.

정동영 전 당의장님,
한 시대가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디지털 융합기술의 상징인 ‘아이폰’, 디지털 융합기제를 바탕으로 참여민주주의의 세계적 상징이 된 ‘2008’ 대한민국 촛불’, 권위적 위계적 정치문화의 대상에 머물렀던 ‘시민’에서 수평적 협력적 ‘시민’으로서의 재탄생을 확인해 준 ‘6.2 지방선거’

대한민국이라는 ‘네글자’말고는 모든 것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역동적 에너지로 진보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의 선각자적 혜안으로 나라를 IMF부도위기로부터 구해 낸 ‘IT지식정보화 혁명’도 성장동력으로서의 역사적 사명을 훌륭히 완수하고, ‘디지털 융합기술(Digital Convergence Technology)’이 국가 성장동력의 모든 것이 된 ‘융합시대’에 바통을 넘겨줬습니다.

비록 재임 중에는 보시지 못했지만,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정치권력’과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가시는 날까지 고집스레 붙잡고 계셨던 노무현 대통령님의 ‘참여민주주의’는 어느덧 ‘2008’ 대한민국 촛불‘과 ’6.2 지방선거‘로 우리사회의 메가트랜드임이 확인되었습니다.

기술도 변했고, 경제도 변했고, 기업구조도, 문화도, 시민의식도 변했습니다. 오로지 정치만이 산업화시대와 초기 정보화시대를 오가며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지부동입니다.

국민들은 디지털 컨버전스시대에 살고 있는데, MB정권과 한나라당은 산업화시대의 통치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세포조직이 탄생과 분화, 소멸, 재탄생을 반복하는 것처럼, 융합시대의 국민들은 디지털 기제를 활용 시공을 초월해서 다양한 소통구조를 만들고 분화하고 통합하고 없애고 재창조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MB정권은 ‘촛불금지법’, ‘인터넷 규제법’ 등을 법제화시키겠다고 몇 년째 애를 쓰고 있습니다. 민간인 블로그를 대상으로 잔혹한 정치사찰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디지털 소통구조를 감시하고 통제하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현실 불가능할 것입니다. 훝날 역사책에 MB정권 4년을 한 편의 코미디로 기록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국민들의 눈에는 우리 민주당도 변화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것이 지난 수 년간 우리를 꾸짖었던 이유라 생각합니다. 의장님의 말씀대로 민주당도 당명 ‘세글자’말고는 모두 바꾸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여기까지는 의장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래야 집권도 가능하고, 서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고백컨대, 의장님께 글을 쓰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민주당에 혹시 누를 끼치지나 않을지 고민도 많았습니다.

이제 본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의장님, 2주 전쯤에 ‘담대한 진보’를 말씀하시며 당내의 ‘가치논쟁’를 주장하시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시대변화와 정치거버넌스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제게는 매우 신선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융합시대’에 보수냐 진보냐 하는 이분법적인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었지만, 가치논쟁이 필요하다는 의장님의 말씀에는 큰 감명을 맏았습니다. 제 공부와 준비가 마무리 되는대로 감히 의장님과 정치이념에 관한 논쟁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언론보도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참으로 믿기 어려웠습니다. 전당대회를 통해 가치논쟁을 하시자며 “이제는 자잘한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던 의장님께서 7.28보선을 코앞에 두고 ‘전당대회 룰’변경을 요구하며 당권투쟁을 선언하셨습니다. 한국정치사에 야당이 당내문제로, 그것도 전당대회 규칙 문제로 이렇게 대규모 집회를 한 역사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의장님의 연설 전문을 읽어보았습니다. 말씀대로 4대강 반대와 4대 서민 껴안는 것이 ‘담대한 진보’라면 그것은 논쟁의 가치가 없습니다. 이미 실천하고 있고, 이미 당의 노선인데 무슨 논쟁이 필요합니까. 연설 어디에서도 가치논쟁의 내용은 없었습니다. 오로지 당권투쟁 의지와 선동뿐이었습니다.
우리의 목표가 제1야당이라니요? 어떻게 당의장을 두 번이나 하셨고, 대통령후보의 지위까지 누리셨던 분이, 민주당의 목표가 제1야당 이라니요? 분당을 상상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발언입니다. 전당대회 룰이 뜻대로 변경되지 않으면 또 탈당이라도 하시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당대회가 “앞으로 10년 대한민국의 정치행방을 좌우하는 중대한 고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소름이 돋습니다. 불리한 룰이 있으면 양보를 요구하고 협상을 하면 될 일을, 한 개인을 위해 이렇게 비약의 정치를 해도 되는 것입니까? 이번 전당대회는 당헌당규에 따르는 민주당 지도부를 뽑는 선거입니다.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선거도 아니고, 10년의 한국정치를 책임져야 하는 대표를 뽑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의장님, 의장님께서는 국민의 정부 시절 ‘쇄신운동’을 하시면서 국민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당권에 도전하는 선거에서는 백전백승을 하셨습니다. 대통령후보도 하셨습니다. 대선패배의 이유를 수 백만번, 수 천만번 자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스스로 자문을 하신 결과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해답을 풀어 줄 열쇠가 또다시 ‘당권투쟁’이라면, 외람되지만 또다시 실패하실 수밖에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담대하게’ 당권도전을 하시기를 충언드립니다. 룰이 불리하다고 생각하시면, ‘담대하게’ 요구를 하시고, ‘담대하게’ 협상을 하십시오. 7.28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국을 돌며 ‘당권’을 목표로 정치행보를 하는 것은 의장님께도, 민주당에도, 진보개혁세력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야당의 지도자답게 구성원들에게 길을 제시해주십시오.
가치논쟁을 통해 새로운 시대 민주당과 정치권이 나아갈 철학과 노선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나서주시기 바랍니다.

국민들을 향한 정치를 해 주십시오.
지도자의 정치적 목표가 ‘당권’이어서는 안됩니다.
‘당권’과 소통하는 정치를 중단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큰 정치를 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2010.7.5 민주당 국회의원 최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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