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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학생이 노무현 前대통령에게 보낸 참회의 편지
어느 중학생이 노무현 前대통령에게 보낸 참회의 편지
  • 김지혜 기자
  • 승인 2010.07.12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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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보고 무책임한 비판 하기도 했었지요. 사과합니다"
▲ 한 중학생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사진:노무현재단)

노무현재단에 12일 한 중학생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편지에 자신이 서울 은평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16살로 전교회장을 맡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학생의 편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년이 되는 하루전인 지난 5월 22일 쓴 편지로 "대통령이 나에게 큰 꿈과 희망을 주었다"며 "당신의 환한 미소가 그립고, 당신의 꿈인 '사람사는 세상'이 눈물나게 그립다"며 "하늘에서나마 이 편지를 읽어 달라"고 맺고 있었으며 12일 노무현 재단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다.

[다음은 학생의 편지 전문]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께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16살 소년입니다.

이렇게 높은 분께 편지를 쓰는 것은 처음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건 데 대통령님은 언제나 낮은 분이셨습니다. 편지를 쓰는 이 두 손이 저 높은 담장아래 있는 권력자에게 편지를 쓴다는 떨리는 느낌보다는 제 할아버지에게 애정을 듬뿍 담아서 편지를 쓰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편지를 써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네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계신 그곳은 평안하신지요? 어느덧 당신께서 떠나신 5월입니다.

지금 하늘에서는 많은 비가 내리고 내일도 계속해서 비가 온다고 합니다. 하늘도 슬퍼하는 것일까요? 제가 대통령님과 제대로 마주한 것은 대통령님이 한 점 꽃잎이 되신 이후입니다.

제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명색이 청소년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는 학생인데 이런 현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뉴스에서 검찰에 출두하는 당신을 보고 무책임한 비판을 하기도 했었지요. 이제라도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용서를 구하고 싶어요.

그 이후로 당신의 책, 당신을 읽을 수 있는 책 그리고 생전에 영상 등을 마주하며 저는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민주주의가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얼마나 많은 분들의 희생과 땀방울로 얻어낸 것 인지를. 또 당신은 어떤 존재였는지를. 대통령님은 저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제가 다시 한 번 꿈 꿀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현실에 눈감지 않아도 불의에 타협하지 않아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대통령님처럼 정직하게, 정의롭게만 살면 국회의원도 장관도 그리고 대통령까지도 할 수 있다는 ‘꿈’을. 저의 장래희망은 수줍지만 ‘대통령’입니다.

제가 만일 대통령님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대통령님께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을까요? 아마도 웃으시며 제 등을 두드리시고는 격려해 주셨을 것만 같습니다.

가끔 이렇게 혼자 생각을 해보고는 합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정치하지 마라” 하셨지요. 하지만 세상은 결국 국민이 생각하는 것만큼 진보한다 하셨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러고자 합니다.

깨어있는 시민이, 당신과 같은 바보가 되고 싶습니다. 뜬금없지만 저는 지금 학교에서 전교회장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도 초등학교 때 전교회장을 하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전교회장 연설을 할 때 당신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당선되었습니다. 대통령님 당신은 저에게 깊은 꿈을, 소망을 주셨습니다. 2009년 5월 23일 이날은 저의 운명을 결정지은 날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내 사랑. 당신의 환한 그 미소가 그립습니다.

당신의 꿈인 ‘사람사는 세상’이 눈물 나게 그립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평안하세요. 그리고 다시 한 번 힘을 주시고 지켜봐 주세요.

당신의 꿈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당신의 꿈을 이루어내는 것을. 그럼 부족하지만 편지를 마치겠습니다. - 당신을 존경하는 한 중학생이 마음을 다해서 올림 하늘에서나마 이 편지를 읽어주세요.

P.S. 쓰고 나니 횡설수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제가 보내는 애틋한 마음만큼은 어렴풋이나마 대통령님께서 잘 읽어주시겠지요? 그럼 내일 봉하마을에서 뵙겠습니다.2010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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