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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원도 패배는 당연한 결과
한나라당, 강원도 패배는 당연한 결과
  • 이흥섭 기자
  • 승인 2010.07.30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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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심위 스스로 당규 무시, 낙선은 당연한 결과
◆유권자 의식 수준 따라잡지 못하는 각 정당 공심위의 비민주적 공천 관행
전국 8곳에서 치러진 7.28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지난 6.2지방서거 참패를 딛고 5곳에서 예상외의 승리를 거두었고, 지방선거가 끝난지 불과 40여일 만에 참패를 당한 민주당은 선거 패배를 인정하면서 안일한 선거 전략과 공천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인정한 바와 같이 선거 승리의 가장 큰 조건은 바로 당선 가능성이 있는 깨끗한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증면된 셈이다.

유권자들의 표심은 예전과 달리 중앙당 공심위의 일방적인 공천에 복종하지 않는다. 특히 6월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20~30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고, 이들이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모든 선거구에서 당락을 결정 짖고 있기 때문에 각 정당의 공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 한나라당 염동열 후보 개소식에 참석한 염후보와 나경원, 황영철 의원(사진출처:황영철 의원 블로그)


그러나 이러한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의 구시대적 공천 관행은 국민들의 의식 수준의 변화와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후보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공천심사위원 스스로가 당헌당규를 무시하거나 가장 민주적이고 공정해야 할 공천이 이른바 밀실공천으로 얼룩져 후보자들의 반발을 자초 하는 등 우리나라 정당 정치의 폐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 18대 총선에 이어 이번 7.28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 염동열 후보의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 선거구에서 벌어진 돈봉투 사건도 구시대적 관행을 극복하지 못하고 매표행위를 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을 수 있다.

◆기준도 당규도 무시한 구시대적 공천으로 유권자 농락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 선거구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은 그야말로 ‘개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민주당도 인천 계양을 선거구에서 이 지역 토박이로 지역을 관리했던 이기문 후보를 배제하고 송영길 인천시장의 고교 동문인 김희갑씨를 공천해 낙선의 고배를 마셔 민주당도 이러한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나라당의 당헌당규 제9조 공직후보자 추천규정에 의하면 “당적을 변경하거나 해당 행위를 한 자는 공직후보자로 추천할 수 없다”고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철새정치인’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던 염동열 후보에게 공천을 했다.

이번에 돈봉투 사건으로 문제가 된 염동열 후보가 출마한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 선거구는 당초 염 후보를 비롯해 문태성, 최철규씨 등 모두 7명의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던지고 공천 경쟁을 벌였으나 한나라당 공심위는 문제의 염 후보에게 공천을 주는 우를 범했고, 결국 염 후보측의 돈봉투 살포 사건이 발생 ‘차떼기 정당의 부활’이라는 비난과 함께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는 민주당 최종원 후보에게 큰 표 차이로 낙선하고 말았다.

선거는 누구든 당선 될 수도 있고, 낙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염동열 후보의 경우 당헌당규를 엄격히 적용했다면 한나라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을 자격을 상실한 후보다. 때문에 한나라당 공심위와 한나라당 강원도당(한나라당위원장 황영철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거 승리에 도취해 있어서인지 공천 잘못 대해 아무런 해명도, 유권자들에 대해 사과도 하고 있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나라당 공심위와 강원도당은 이미 염동열 후보의 과거 정치 이력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으며, 한나라당 비대위가 염 후보의 당적 변경을 문제 삼아 공천 보류를 결정해 재심의를 지시 했지만 당 공심위는 형식적인 절차만 취했을 뿐 보다 면밀하게 후보자에 대한 재심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염동열 후보는 민정당과 민자당을 거쳐 신한국당에 입당 했고, 지난 16대 총선에서는 차를 갈아타고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이 지역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바 있고, 새천년민주당의 부대변인과 당무위원 그리고 총재특보를 거쳐 참여정부(열린우리당)대한석탄공사 감사를 역임 하는 등 전형적인 ‘철새정치인’이지만 유권자들이 볼 수 있는 자신의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당적 변경에 관한 사항은 모두 빼고 한나라당의 경력만 열거해 유권자들을 철처히 농락해 버렸다.

그런 점에서 염동열 후보와 한나라당 그리고 강원도당이 이번 돈봉투 사건을 두고 보인 자세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한나라당 공심위와 강원도당은 정중히 사과해야
먼저 한나라당은 투표 전날인 27일 태백선관위에 염동열 후보의 회계책임자가 금품을 살포하다 적발됐다는 의혹이 제기 된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 된다. 그러나 투표 당일 민주당이 문제를 제기하자 원희룡 사무총장은 "만약 사실이더라도 자원봉사자에게 일당이 지급된 정도의 의혹"이라면서 "자원봉사자에게 일당을 지급했다고 해도 불법이 되겠지만, 민주당의 주장과 같이 금품을 살포해 유권자를 매수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오히려 민주당에 화살을 돌리고 나섰다.

원 사무총장은 이어 "투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금품 살포 의혹을 일방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이득을 노린 악의적이고 비열한 주장"이라며 "결과를 지켜본 후 (사실관계가 드러났을 때) 반응하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냐"고 민주당을 겨냥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시세말로 ‘놀고 있다.’는 표현이 매우 적절하다. 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염동열 후보도 사건 당일 해명 기자회견장을 통해 “민주당의 흑색선전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면서 “민주당은 있지도 않는 박 모 회계책임자가 유권자에게 금품살포를 했다며 선관위가 적발한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으나 이는 사실무근으로 드러났고 회계책임자도 박씨가 아닌 신씨이며 신 회계책임자는 조사받은 적이 없고, 민주당의 말도 안 되는 흑색선전 살포에 대해 단호하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회계책임자라며 기자회견장에 신모씨를 데려와 기자에게 소개하는 등 구시대 정치인들이 보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해명에 진땀을 뺏지만 그의 혐의는 사실로 인정되고 말았다.

특히 이번 사건을 처음 적발한 강원도 태백시 선관위는 28일 염 후보측의 금품살포와 관련 회계책임자 박모씨(46세)를 공직선거법위반혐의로 강원도 춘천지검 영월지청에 형사고발하면서 검찰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위가 가려지게 됐다.

이날 고발 조치된 염 후보의 회계책임자 박씨는 27일 저녁 5시 30분쯤 염동열 후보 태백시선거연락소에서 홍보업무를 맡았던 자원봉사자 2명에게 각각 65만원과 60만원씩 모두 125만원을 전달한 혐의(공직선거법 135조 자원봉사자들에게 금품 제공 금지)라는 것이 선관위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과 관련, 관련자 진술 및 지역정치인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염동열 후보의 금품살포는 상당한 증거가 확보되어 있는 상태로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 선거구에 대해 스스로 ‘룰’을 어긴 한나라당 공심위 그리고 1차적 책임선에 있는 강원도당의 사과와 함께 그동안 당 기여도와 인지도 및 당선 가능성을 고려한 공천과 당협위원장을 선출하지 않는다면 19대 총선에서도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회생은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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