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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삼성물산·한화건설 공통점은...‘두 집 살림’
호반건설·삼성물산·한화건설 공통점은...‘두 집 살림’
  • 서재호 기자
  • 승인 2020.09.01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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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브리핑 서재호 기자] 고려시대에는 ‘향처’ ‘경처’라는 제도가 있었다. ‘향처’는 주로 고향에서 결혼한 첫 번째 부인을 ‘향처’라고 불렀고, ‘경처’는 수도 ‘개성’에서 결혼한 두 번째 부인을 칭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을 개창한 이성계의 경우 향처로는 신의왕후 한씨가 있었고, 경처로는 신덕왕후 강씨가 있었다.(고려시대에는 첩 제도가 없었다)

이처럼 고려시대에는 향처와 경처로 나뉘어 두집 살림이 가능했다. 이런 전통을 오늘날 이어받아 건설회사들이 핵심본부는 서울 및 수도권에 있으면서 본사 소재지를 지방에 두는 경우가 있다.

서울 서초동 우면동에 위치한 호반건설 사옥 전경/출처=호반건설
서울 서초동 우면동에 위치한 호반건설 사옥 전경/출처=호반건설

지방에 본사 둔 명목상 본사

지난 2018년부터 10대 건설 반열에 오른 호반건설은 본사 소재지가 전남 화순군 화순읍 오성로 537이다. 등기부등본상 본사가 전남 화순이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본사는 서울 서초구 양재대로2길 18(우면동 786) 호반파크 2관이다. 즉, 등기부등본상 본사는 전남 화순이지만 실질적인 본사는 서울인 셈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 소재지는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35길 123번지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울 상일동(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 주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는 삼성그룹의 뿌리가 삼성상회에서 시작됐고 상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상사보다 건설이 더 많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모태주소지를 건설 본사 주소지로 사용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이 본사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본사 소재지가 경기도 시흥시 대은로 81(대야동)이었다.

하지만 개발사업부를 포함한 일부 부서만 본사에 있었고, 토목환경사업본부, 건축사업본부, 플랜트사업본부 등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24에 위치한 전경련회관 8~16층에 자리잡았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옥 전경/출처=삼성물산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옥 전경/출처=삼성물산

지자체 반발에 지방 권력 유지 차원에서

이처럼 본사 소재지와 주사무소의 위치가 다른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일부 건설사는 지자체가 본사 이전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기 때문에 이전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또 다른 이유로는 지역 유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주력 업무를 서울사무소에서 모두 관장하고 있지만 상징성으로 지역을 본사 소재지로 남겨둠으로써 해당 지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건설이라는 것이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시공을 따내고 공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에 본사 소재지를 두는 경우도 있다.

이는 고려시대 경처와 후처 제도를 통해 서울과 자신의 고향에 모두 영향력을 발휘하게 하는 권문세족 및 신진 귀족의 모습과 유사하다.

건설사 입장에서 본사 소재지와 주력 업무 사무실이 다른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서울 중구 장교동에 위치한 한화건설 사옥 전경/출처=한화건설
서울 중구 장교동에 위치한 한화건설 사옥 전경/출처=한화건설

본사는 지방에 CEO 출근은 서울 사무소로

이러다보니 웃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분명 본사 소재지가 지방이지만 건설회사 총수들은 서울 사무소로 출근을 한다.

그러다보니 사실상 지방에 있는 본사 소재지는 명목만 유지할 뿐 실질적인 권한은 아무 것도 없다. 주로 서울 사무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런 이유로 해당 건설사가 향토 건설사인지 아니면 전국구 건설사인지 헷갈리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처럼 한 기업의 ‘두집 살림’은 다른 업종에 비해 건설사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현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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