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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와 규제 ‘사각지대’
[기자수첩]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와 규제 ‘사각지대’
  • 이영선 기자
  • 승인 2020.09.22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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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브리핑 이영선 기자] 창업주 한 명에서 시작된 재벌 기업의 자손이 이젠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챙겨야 할 재벌가 자손이 많이 생긴 것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도 재벌가의 가족환경 변화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모기업이 계열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위에서 결심을 하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기업 인수 후 모기업 계열 카드사의 실적을 생각한다면 인수된 회사 직원의 출입카드를 카드 겸용으로 바꿔버리는 일은 시빗거리 축에도 들지 못한다.

멀쩡해 보이는 수천 개의 책걸상을 근무환경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새 것으로 교체하면 거액의 돈이 이동을 한다.

대한항공 기내 면세점 ‘통행세 갑질’…일감몰아주기도

한진의 총수 일가가 대한항공 기내 면세점 ‘통행세 갑질’로 사익을 편취했다는 의혹이 된 적이 있다.

대한항공은 기내에서 파는 면세품 중 일부를 면세품 수입업체에서 직접 공급받는 대신에 트리온 무역을 거쳐 납품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수료를 통행세 형태로 한진가의 자손 3남매가 편취했다는 의혹이었다.

이 때문이었는지 대한항공은 올해 7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기내식 사업부와 기내면세점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매각업무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 체결에 따라 한앤컴퍼니는 기내식 사업부 및 기내면세점 사업부 매각을 위한 배타적 협상권을 받았다.

항공업계에서는 기내식 사업부와 기내면세점 사업부의 예상 매각금액을 약 1조원으로 예상했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와 대한항공의 내부거래로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싸이버스카이는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각각 33.3%의 지분을 소유한 오너일가 개인회사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81.5%에 이르는 등 일감 몰아주기를 놓고 논란이 됐다. 이에 조 회장은 2015년 11월 싸이버스카이 주식 전량을 대한항공에 매각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유니컨버스는 내부거래 비중이 매년 상승하는 등 80%에 가까운 내부거래 비중을 보였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11월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14억3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한항공 법인과 조원태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17년 9월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법원은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의 ‘부당성’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2020년 9월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대기업 광고대행사 ‘수수료 명목’ 일감몰아주기 여전

재벌가 자손들은 돈 욕심에 물불을 가리지 못하는 것 같다. 1개를 얻으면 2개를 가지려 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재벌가 사람들은 안하무인(眼下無人)의 행동을 서슴지 않아 마치 딴 세상에서 온 외계인 같다.

대기업들은 광고대행사를 차려 내부거래로 일감을 몰아주고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HS애드를 계열사로 둔 LG를 포함해 삼성(제일기획), 현대자동차(이노션), 롯데(대홍기획)가 여기에 해당된다.

대기업 광고대행사 한 곳은 당초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로 설립됐지만, 2014년 공정거래법이 개정된 이후에 총수일가의 지분이 29.9%로 낮아졌다. 규제 때문이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상장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이 30.0% 이하면 규제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진 이후 내부거래는 꾸준하게 늘었다는 점이다. 2013년 1376억원에 불과했던 이곳의 내부거래액은 지난해 2407억원으로 1.7배나 증가했고, 전체 매출액 비중에서도 절반이 넘는 57%까지 치솟았다.

대기업 광고주가 매체에 광고비를 지급하면 광고대행사에서 대행수수료라는 명목으로 광고비의 일부를 가져간다. 모기업의 지원과 도움으로 가만히 앉아서 돈을 챙기는 셈이다.

브랜드 홍보 영상이나 회사 이미지 광고 제작에 들인 비용이 있다면 광고주가 지불할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광고주와 매체 간에 진행하는 광고홍보와 관련해 광고비 일부를 떼어간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광고주가 관계사인 광고대행사에 대행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이익을 몰아주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한항공 기내 면세점 통행세 갑질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인지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는 90년대 이후부터 광고주가 광고대행사와 매체에 각각의 서비스에 맞는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공정위는 사익편취 규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사도 비상장사와 같이 총수일가 지분을 현행 30%에서 20%로 낮추고, 간접지배 형태의 일감몰아주기 역시 규제형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공정위 ‘규제 사각지대’ 회사 되레 늘어

공정위가 공개한 ‘2020년 대기업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올해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대상회사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자회사 수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사각지대 회사는 총수일가 지분이 20~30% 미만인 상장사 또는 규제 대상회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를 말한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 미만인 상장사의 자회사도 규제 사각지대 회사로 분류된다.

기업집단별로 보면 효성이 보유한 사각지대 회사가 32개로 가장 많았고, 호반건설은 19개로 조사됐다. 뒤를 이어 태영과 넷마블이 각각 18개, 신세계와 하림은 각각 17개로 조사됐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2017년 출범한 후 3년간 30건의 사건을 처리해 시정명령 이상의 제재를 내렸다. 부과한 과징금은 총 1506억원이며, 법인 38개와 총수일가를 포함한 개인 25명을 고발했다.

기업집단국은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대림, 효성, 태광, 미래에셋, SPC, 금호아시아나 등 재계 주요 그룹의 일감몰아주기와 부당지원을 적발했다. 현재 각 기업들은 그들만의 논리로 반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사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총 1506억원의 과징금 중 95.9%인 1445억원이 일감몰아주기 사건에 대한 과징금이다. 또 고발한 법인 38개 중 32개, 개인 25명 중 21명이 일감몰아주기 사건 당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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