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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廣場, Agora, Form)
광장(廣場, Agora, Form)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10.3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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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혁명은 생산 양식, 가족제도, 광장문화 등 인류의 생활상을 완전히 변모시켜 놓았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 변화는 점진적이었고, 또한 지속적이었다. 다만 그 변화와 확산의 속도는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이러한 변화 중 이 글에서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것은 ‘광장의 역할’ 변화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광장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뜻했다. 하지만 기능적인 측면에서 광장의 역할에 다소 변화가 뒤따랐다. 즉 산업혁명 이전의 도시국가들에게서 광장은 종교, 정치, 사법, 상업, 사교 등 시민들의 사회생활 중심지로서 역할을 했다.
 이런 이유로 이 시기 광장은 시민 삶과 관계된 모든 정보를 교환하는 장소로서 매우 중요했다. 자연히 이 광장을 중심으로 종교시설이나 상업시설, 기타 앞서 말한 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들어서게 된다.
대부분의 고대 도시국가들이 광장을 중심으로 하는 방사형으로 조성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그것을 잘 보여 주는 예가 그리스의 아테네이다. 아테네는 아고라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조성되었다.

 앞서 말한 아고라 광장의 아고라나 로마어의 포름(Form)이란 말 역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뜻하는 것으로서, 곧 광장을 뜻한다.

 한편 산업혁명은 이 같은 광장의 역할을 크게 변시켰다. 그 변화 중 가장 큰 것이 교통수단, 곧 철도의 발달과 함께 대부분의 광장은 교통의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탈바꿈한다. 이 때 나타난 것이 그곳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시간이다.
 고대도시국가들에게서 광장은 많은 사람들을 모아 그곳에 오래 머무르게 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광장은 사람들이 그저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기 위해 잠시 머무는 장소 변한다. 즉 광장의 역할이 크게 퇴조한 셈이다. 하지만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이후 광장을 중심으로 거대한 상업시설들이 집중되면서 광장은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또한 오래 머무르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 변화 가운데에서도 광장은 여전히 사람을 불러 모으는 장소로서의 기능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서울에는 청계천 광장을 비롯하여, 서울광장, 광화문 광장 등 많은 광장이 조성되는 등 광장문화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제 서울에서 광장은 단순히 사람을 모으는 곳이 아니라 시민생활의 여유에서 오는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서 곧 문화광장으로서의 역할이 보다 강화되고 있다. 즉 이곳에서 각종 공연 등 문화행사가 자주 열리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의 주요 광장은 민주정치의 장으로서의 기능 또한 보다 강화되고 있다. 이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정치, 문화의 수단이 등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다시 말해서 이제 인터넷이 각종 토론의 장인 반면에 광장은 인터넷에서 논의된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는, 곧 실천적 행동의 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산업혁명으로 광장은 그 기능이 퇴조하는 등 큰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이 열리면서 광장은, 그 역할 상에 다소 간의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또 다시 그 기능, 특히 정치적 기능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아무튼 광장의 본질적 기능, 곧 사람을 모으는 장소로서의 기능은 세상이 어떻게 바뀌던 영원히 계속된다. 그래서 광장(廣場)이다.

201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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