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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형 칼럼] 재난지원금, 공정하다는 착각
[이도형 칼럼] 재난지원금, 공정하다는 착각
  • 시사브리핑
  • 승인 2021.08.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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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형 시사평론가
이도형 시사평론가

필자는 얼마 전 2010년 이후 한국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와이즈베리, 2020.12)이란 책을 읽었다.

마이클 샌델은 불과 27세의 나이에 하버드대 최연소 교수란 타이틀을 달고 현재까지 교수로 재임하며 Justice라는 강좌를 40여 년간 맡고 있는 미국의 정치철학자다. 우리에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더 친숙하다.

저자는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포퓰리즘 추세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이란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과연 능력주의가 제대로 작용하고 있는지, 공정이 곧 정의란 공식이 맞아떨어지는지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과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그는 오늘날 능력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상승(계층 이동)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기회의 평등이 곧 공정이라 말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능력에 따라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란 명제가 틀릴 수 있으며 이를 각종 통계를 들며 부연한다.

예를 들어 부유한 1%의 미국인은 소득 하위 50%가 버는 것보다 더 많이 벌고 있으며 가난한 부모에게 태어난 미국인은 대개 가난한 성인이 된다. 또 아이비리그 대학생 가운데 소득 상위 1% 출신 학생들이 하위 50% 출신 학생들보다 많다.

마이클 샌델은 이처럼 정치공동체에서 어떤 목적과 수단이 필요한지에 대해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다른 삶의 영역에서 살아온 시민들이 공동의 공간에서 만나 서로 타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공동선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즉 ‘기회의 평등’,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서로 논의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의견을 도출하고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통해 합의에 이르며 경쟁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의 평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 비추어 볼 때 소득 하위 88% 지급이란 정부 방침과 달리 경기도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겠다는 이재명 지사의 결정은 여러 가지 생각과 의문을 갖게 한다. 100% 도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과연 평등하고 공정한 일일까?

물론 전 도민에게 지역화폐로 보편 지급하는 것이 평소 소신일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 본질에 부합한다는 이 지사의 주장에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렵사리 당정청과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고 다른 시도와의 관계, 형평성을 고려할 때 공동선에 반할 우려가 있다. 공동체 의식 약화라는 능력주의의 폐해가 고스란히 나타날 수도 있다.

경기도 100%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이 수혜를 받게 될 도민들에게는 평등과 공정, 정의에 어느 정도 부합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타협과 토론, 배려의 측면에 있어선 ‘공정하다는 착각’이 아닐까?

[이도형 시사평론가 이력]

청운대 교수 

홍익정경연구소장

제6,7대 인천시의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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