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23:28 (일)
추락하는 LG생활건강, 날개가 있을까
추락하는 LG생활건강, 날개가 있을까
  • 이순호 기자
  • 승인 2022.05.21 0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생활건강 차석용 대표이사 부회장./출처=LG생활건강
LG생활건강 차석용 대표이사 부회장./출처=LG생활건강

[시사브리핑 이순호 기자] 국내 대표 문인 중 한명인 작가 이문열이 지난 1988년 내놓은 장편소설이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All that falls has wings)'.

작가는 제목에 대해 그리스 신화 '이카로스의 추락'을 차용한 오스트리아 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Ingeborg Bachmann(1926~1973)의 시집 'Das spiel ist aus(놀이는 끝났다)'에서 따왔다고 설명했다.

새들의 날개 깃털을 모아 엮어 자신의 몸에 붙이고 날아 오를 수 있게 된 이카로스가 크레타 섬을 탈출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만 너무 높이 날아 올라 작열하는 테양열에 의해 깃털을 이어붙인 밀납이 녹아내려 추락해버렸다는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를 연상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국내 대표 기업 LG생활건강(대표이사 부회장 차석용)의 행보를 보면 이카로스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최고점까지 갔던 주가는 올해 들어 상승세가 꺾이더니 실적마저도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의 최근 1년 주가 추이./출처=다음 증권
LG생활건강의 최근 1년 주가 추이./출처=다음 증권

주가, 바닥이 어디일까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감소하리라는 점은 예상됐던 상황이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대표적인 리오프닝(경기 재개) 수혜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한때 1주당 200만원을 바라보던 LG생활건겅의 주가는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끝없는 하락세를 보이는 등 거꾸로 흘렀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LG생활건강은 지난해 7월1일 경신한 52주 신고가(178만4000원) 대비 61.6% 하락한 6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생활건강의 주가는 지난해 7월 장중 178만원대까지 오르며 200만원을 바라봤다. 그러나 올해 1월 100만원선이 깨진 이후 60만원대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이는 2015년 1월말에서 2월초 주가 수준이기도 하다.

LG생활건강 주가가 이런 수준까지 하락한 것은 지난 11일 1분기 실적 발표하면서 시장에서 더욱 표면화됐다. 시장은 LG생활건강의 실적에 대해 '어닝 쇼크'(실적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줄어든 1조6450억원, 영업이익은 53% 급감하며 1756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중국 봉쇄령’이란 암초

증권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의 1분기 실적이 저조했던 주요 이유로 중국 매출 부진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정책 강화와 그에 따른 물류난 발생으로 중국 및 면세 매출이 크게 부진했다”며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역성장했고, 면세 부문은 68% 역성장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LG생활건강이 1본기 나타낸 어닝 쇼크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봉쇄령이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날 나타난 증권가 목표주가 등 전망도 부정적이다.

실제로 이날 LG생활건강에 대해 분석리포트를 낸 16개 증권사가 모두 목표주가를 하향하거나 실적과 관련해 어두운 미래를 예측했다.

삼성증권은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기존 115만원에서 63만원으로 45.2% 크게 하향 조정했다. 투자 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변경했다.

이외에도 하나금융투자, 유안타증권, 현대차증권, 케이프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교보증권 등도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춰 잡았다.

배송이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봉쇄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점유율이 위축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선방 중인 생활용품·음료 부문은 비중이 작아 화장품 부진을 상쇄하기 어렵고, 비용 개선 여력도 크지 않아 실적 추정치는 하향한다”고 전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에도 면세점과 중국사업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대중국 브랜드력 의구심,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