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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의 얇지만 넓은 리더 이야기] 고통을 극복하고 삶의 근본 문제들을 관통한 거장 도스토옙스키(1821~1881)
[김진혁의 얇지만 넓은 리더 이야기] 고통을 극복하고 삶의 근본 문제들을 관통한 거장 도스토옙스키(1821~1881)
  • 김진혁 작가
  • 승인 2022.11.11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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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작가] 철학자, 작가.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 그의 문학 작품은 19세기 러시아의 불안한 정치, 사회, 영적 분위기에서 인간의 심리를 탐구하며, 다양한 철학과 종교적인 주제를 다룬다. 천재 혹은 위대한 사상가로 평가를 받는다.

INTRO

'인간은 신비 그 자체다. 우리는 그 신비를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한평생을 다 보낸더라도 결코 시간을 허비했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가 18세 때 쓴 글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실제로 이후 40여 년의 세월 동안 줄기차게 인간의 신비를 파헤쳤다.

'죄와 벌'에서 '백치' '악령' '미성년'을 거쳐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인간 연구를 토대로 삼았다.

도스토옙스키가 말하는 인간은 '머리 위에 있는 천상의 심연과 발밑에 있는 가장 저열하고 악취 풍기는 타락의 심연'을 동시에 표현되는 이중적 존재다.

인간의 본성을 세밀하게 조사하며 역경을 극복하고 예술로 승화시킨 도스트옙스키는 생명력이 긴 작품을 남기고 1881년 자신의 삶을 마감한다.

생애: ‘고통의 세월도 성공만큼이나 귀하다’

모스크바의 어느 빈민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이름만 귀족이었고 잔인할 정도로 엄격한 성격의 소지주였다.

어머니는 상인 집안 출신으로 온화한 성격을 가졌다. 잔혹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그의 작품 속에서 무능하고 잔학하게 묘사된다.

16세 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공병사관학교에 입학하고 육군 중위로 일하다가 1년도 안 되어 퇴직하고 문필활동에 전념한다. 그의 작품에서 전달하는 희망은 책상 위에서 나온 상상력이나 입에 발린 상투적인 구호가 아니다.

고통의 세월을 살아낸 인간이 삶 그 자체에 대한 한 없는 신뢰와 자유 권력에 대한 저항이었다. 평생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였고, 돈 관리 능력이 부족했고, 현실적이지 못했다.

그의 젊은 시절은 차르 니콜라이 1세의 반동 정치 시대였다. 현실에 대한 비판, 유토피아 등에 관한 토론도 금지되었다.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도스토옙스키는 사형은 간신히 면했으나 시베리아로 끌려갔고, 4년간의 감옥과 유형 생활을 보낸다.

그 후, 도스토옙스키의 인간관 및 세계관은 완전히 달라졌다. 완전히 극우 보수주의자(슬라브주의자)가 되었다.

유형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1861년 러시아의 문화적 정치적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잡지 ‘시대(Время)’를 창간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폐간된다.

1864년 아내의 죽음과 형의 죽음, 자식 죽음, 중독 , 질병 잡지 경영의 실패 등 불행이 잇달아 일어나고 그 뒤 몇 년 동안 막대한 빚을 짊어진 채 채권자의 위협과 도박 실패, 해외 도피 등 파란만장한 생활이 계속된다.

"이 모든 것을 다 견뎌내면서 어떻게 소설을 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도스토옙스키는 언제나 삶에 대한 사랑에서 답을 구했다.

"이 모든 상실에도 불구하고 나는 삶을 사랑한다. 열렬히 사랑한다. 삶을 위한 삶을 사랑한다." 그 사이에 죄와 벌(1866). 백치(1868), 악령(1871~1872) 등 3대 장편을 완성시켜 고난 속에서 걸작이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죽기 전 10년간은 비교적 안정된 행복한 시기로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았다.

작품세계: ‘선택하는 존재와 불합리한 세계’

유년 시절의 대화 상대는 아버지가 근무하던 병원의 가난하고 억눌린 환자들로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은 '선택하는 존재'와 '불합리한 세계'라는 인간의 이중성이 부각된다.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언제나 벼랑 끝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천국이냐 지옥이냐를, 삶이나 죽음, 최종적인 죽음과 죽음 후의 갱생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 중에 모순과 복잡한 심리가 가득 차고 삶의 의미가 첨예하게 드러난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분노한다. "어째서 늙고 사악한 전당포 노파는 다 쓰지도 못할 부를 소유하고 어리고 착한 아이들은 빈곤과 착취 속에서 파멸해야 하는가?" 그의 분노는 살인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나처럼 똑똑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은 공공선을 위해 노파를 살해하고 그녀의 돈으로 수많은 빈민을 구제해도 되는 것 아닐까?" 라고 도끼를 집어 든다.

도스토옙스키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6년)에는 작가의 가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 그리고 핍박받는 자들에 대한 강한 동정심이 잘 나타나 있다.

1866년, 그의 부인이 된 속기사 안나를 고용하여 ≪노름꾼≫과 ≪죄와 벌≫을 발표하고, 1868년 그리스도를 닮은 “긍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그린 ≪백치≫를, 1880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발표.

최후의 대작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는 돈, 치정, 살인으로  막장드라마 뺨치게 선정적이지만 끝없는 인간 심리와 심오함을 드러낸다. 

에피소드: ‘시간의 소중함’

# 어느 사형수가 형장에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28년을 살아온 그 사형수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최후의 5분은 비록 짧았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5분을 어떻게 쓸까?’그 사형수는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나를 아는 이에게 작별 기도 2분, 하느님께 감사기도 2분, 나머지 1분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땅에 감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때 왕으로부터 사형집행이 중단됐다. 이후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고 열심히 살게 된다. 그 사형수가 토스토예프스키다.

# 따뜻한 차를 즐겼다. 삶은 우여곡절로 점철되고 실패의 메아리였지만 이런 경험을 작품을 위한 중요한 밑거름으로 사용했다.“아픔과 고통은 항상 큰 지성과 깊은 마음에 불가피하다. 진정 위대한 사람들은 지구상의 큰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명문장: “이 세상에서 진실이 가장 어렵고, 아첨보다 더 쉬운 것은 없다.” 

“사람은 추상적 사고와 깔끔한 체계화를 너무 사랑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진실을 왜곡하고, 자신의 논리적 구상을 유지하기 위하여 반대 증거에는 눈과 귀를 닫아버린다.”

“인간 삶의 두 번째 반은 첫 반쪽의 삶 동안에 얻은 습관이다.”

“나는 윤리를 따른다. 누군가를 도끼로 살해하는 것보다 포위된 도시를 폭격하는 것이 왜 더 영광스러운 것인지 아무리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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