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브리핑 이흥섭기자]정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위해 은밀히 접촉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무대응 원칙을 밝히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알려진 이번 사태가 정부의 대표적 대북 구걸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들어 그동안 북한과 대립과 갈등이 정점에 이르렀고, 정부의 강경대북정책기조로 남북경협은 물론 금강산 관광은 모두 단절된 상황이며, 이러한 대북정책기조로 인해 북한은 핵개발을 비롯해 보다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한반도 상황은 어느때 보다 경색되어 있었다.

그러나 1일 북한 중앙통신이 남북 간 비밀접촉사실을 공개하고, 3차례의 정상회담을 제의하면서 그 조건으로 일정액의 금품을 주겠다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어 정부는 상당히 당황해 하면서도 뜻밖의 북한의 공세적 발표에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지난달 남한이 남북간 비밀접촉에서 6월 하순과 8월, 내년 3월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를 위한 장관급 회담을 5월 하순에 열자고 제안했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주장과 같이 정부가 이러한 제의했다면 우리 정부 당국자이 태도도 비판받아 마땅할 뿐만 아니라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서 우리측이 ‘북측에서는 사과가 아니고 우리측이 보기에는 사과 처럼 보이는 정도의 표명을 해달라고’고 한 것이 맞다면 그동안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에서 정부가 보인 모습과 사뭇 다른 것이어서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번 북측의 폭로와 관련 청와대를 비롯해 관계당국이 보인 모호한 태도도 북측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1일 오후 북한의 주장에 대해 일체의 입자을 밝히지 않고 있고, 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관계수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도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별도의 입장을 내지는 않은 것은 물론 통일부도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더 이상 사태가 발전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번 북측의 주장과 관련 민주당도 1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로부터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 받았다는 북측 보도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며 “겉으로는 대북 강경정책을 고수하면서 뒤로는 정상회담을 애걸하는 우리정부의 이중적 자세는 국민을 속이는 것으로 진정성도 없고 실효성도 없다. 또한 정상회담을 위한 외교적 접촉은 보안이 유지되어온 국제관례에 비추어볼 때 이를 정략적으로 공개한 북측의 자세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양측 모두를 비판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북문제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배경과 그 내용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해야 하고, 북한에게 선전공세 빌미를 제공한 점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한반도 평화와 공존공영을 위해서 양측이 대승적 차원에서 한발자국씩 양보하여 남북정상회담이 조기에 개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