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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vs CJ제일제당 ‘햇반 전쟁’, 누구 말이 맞나
쿠팡 vs CJ제일제당 ‘햇반 전쟁’, 누구 말이 맞나
  • 이순호 기자
  • 승인 2022.12.21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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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J제일제당
출처=CJ제일제당

[시사브리핑 이순호 기자] CJ제일제당과 쿠팡이 즉석밥 '햇반'의 납품 가격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CJ제일제당 측이 쌀값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공급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산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 폭락세를 거듭하며 공급 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햇반 등 즉석밥 가격은 오히려 오른 상태에서 내려가지 않고 있는 것.

CJ제일제당과 쿠팡은 최근 공급 관련해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쿠팡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면서 여러 제품 발주를 중단했다. 이 가운데 매출이 가장 높은 햇반에 대해서 CJ제일제당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21일 쿠팡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즉석밥 매출 1위 제품인 햇반 205G(36입) 가격의 지난 1년(지난해 11월 대비 올 11월) 공급가 인상률은 9.2%를 기록했다.

하지만 소비자가격 인상률은 1.3%에 불과했다. 소비자가격 인상률과 비교해 공급가가 7.9배 오른 것이다.

매출 10위 내에 포함되는 햇반 큰공기 300G(18입) 제품도 공급가가 9% 이상이었지만 소비자가는 1.9%밖에 오르지 않았다. 매출 상위 인기 제품인 현미쌀밥 210G(8번들)의 공급가 인상률은 무려 24%였다.

CJ제일제당이 공급가를 크게 올린 반면, 쿠팡 등 유통업체들이 소비자 물가 상승을 우려해 소비자가를 올리지 않았다는 것은 반대로 CJ제일제당 측이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말하자면 CJ가 햇반 가격을 2000~3000원씩 올릴 때 최종 소비자가는 400~500원 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무턱대고 가격을 올리는 CJ에 유통사들이 소비자 이익을 고려해 최대한 가격 방어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CJ의 햇반은 국내 즉석밥 시장에서 1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회사 매출에 대한 기여도도 높다. 하지만 최근 주 원재료인 쌀 가격이 폭락했는데도 공급가는 내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CJ는 올 3월 햇반 공급가를 9.2% 올렸다. 올해 한국은행이 전망하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5.1%)을 감안하면 턱없이 높은 수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쌀(정곡 일반계 20KG 기준) 가격은 지난해 11월 5만3천643원에서 올 3월 5만128원으로 떨어졌고, 곧이어 5만원대를 깨고 올 9월 4만1천185원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4만6천원대로 소폭 올랐다.

하지만 CJ는 올해 햇반의 쿠팡 공급가를 10%를 올렸다. 쌀값 폭락에도 공급가는 되레 올랐다. CJ제일제당 측은 LNG와 포장재 등의 인상으로 인해 햇반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CJ제일제당 주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햇반에서 국내산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선에 이르고, 포장비용(30%) 나머지 기타비용(물류비, 인건비 등)에서 나머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4만원 초중반대 팔리는 햇반 210G 36개입 합산 중량은 7.5kg, 쌀 20kg(4만6천여원) 가격을 감안하면 중량은 30%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CJ제일제당 측은 원재료 비중 1위인 쌀 가격 하락에 대해선 함구하고, 일부 비용을 차지하는 연료비(LNG)와 모든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인건비를 내세워 햇반 가격을 올렸다는 점이다.

실제 소비자협의회 분석에 따르면 햇반 제조공장이 위치한 부산, 충청의 LNG 인상 수준은 CJ의 주장과 달리 60%대 초반이다.

소비자협의회 관계자는 “햇반의 제조원가는 2021년 대비 2022년 3% 오른데 비해 소비자가는 7.7% 상승해 결과적으로 제조원가 상승률 대비 소비자가 상승률이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CJ 측의 공급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유통가는 소비자물가 상승 우려 등으로 시장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쿠팡의 햇반 205G 36입 소비자 가격은 지난 5월 3만3천400원에서 올 11월 3만3천원으로, 작은 햇반(130G) 36개입은 같은 기간 3만원 초반에서 2만9천원 초반으로 내렸다. 결국 CJ의 공급가 인상으로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수익성은 하락했다.

결국 이익을 본 것은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주요 제품 가격 인상 덕에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은 22조5천84억원, 영업이익 1조4천241억3천9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10.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대기업이 지나치게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호영 의원은 지난 10월 국감에서 “CJ제일제당이 국내 식품업계 1위 업체이고 즉석밥 시장에서 67%를 점유하고 있다”며 “식품업계의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가격 인상을 억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햇반 원료 쌀값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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