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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의 얇지만 넓은 리더 이야기] 법가 사상자의 완성자 한비(韓非)
[김진혁의 얇지만 넓은 리더 이야기] 법가 사상자의 완성자 한비(韓非)
  • 김진혁 작가
  • 승인 2023.03.10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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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작가] 중국 전국시대 한(韓)나라의 공자(公子)로 불리면서 법치주의를 집대성한 철학자. 한비자는 55편 20책에 이르는 대저(大著)를 저술했다. 흔히 공자는 ‘성인’, 노자와 장자는 ‘기인’이라 하고, 한비자는 ‘천재’라고 부른다.

한비자는 인간의 여러 모습 중 ‘정치적 인간’을 통찰하여 인간의 작태를 속속들이 파악했다. 인간의 본질을 ‘법술’로 잘 다스리면 백성의 이익과 나라의 안녕을 살리는 길이 있다고 역설한다.

INTRO: 법(法) 세(勢) 술(術)의 통합자

‘한비자’는 전국시대 말의 대사상가인 한(韓)나라 한비(韓非)가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책으로 전부 55편, 10여만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졌다.

한비자 사상의 핵심은 ‘법술’인데 한비 이전의 법가의 논리는 ‘법’(민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수단이자 통치의 객관성을 보장하는 기본 장치)에 주안점을 두는 사람과 ‘술’(군주의 관료 통제술)에 주안점을 두는 사람 ‘세’(군주의 위세로 도덕성보다는 존엄한 위세가 권력 유지)에 주안점을 두는 3가지 학파가 있었다.

한비는 이 학파들을 모두 통합하여 자신의 법가(法家) 사상을 계통적으로 정리하여 저술했다. 즉 국가와 군주는 사회질서와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사상: 법의 지상을 강조하며 우두머리는 강한 힘과 통치술을 가져야 한다.

한비는 순자에게 배운 성악설을 주장하지만, 순자의 성악설과는 다른 점이 있다. 순자는 인간은 악하나 예에 의한 교정으로 착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악은 선으로 개조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에, 한비는 인성은 변하지 않고 이익에 대한 선호는 인간의 본능과 관련된 것이라 보았다.

한비의 성악설에서는 '성'과 '심' 모두 이익을 추구하고 이 둘은 결합한다. 한비는 인간을 법과 술에 의해 다스려야 한다. 인간은 본래 모두 이해타산적이며 악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에 따라서만 행동한다.

도덕적 규범에 따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존재로 인간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단호한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강력하고 단호한 체계가 바로 법과 술이다.

한비에 따르면 악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인간들이 모여서 하는 정치는 각자의 이익을 나열하기에 부자유친, 군신유의 등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이해타산적인 개인만 존재할 뿐이다. 그의 정치철학은 인간을 비판적이고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그의 역사관은 변혁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복고주의를 반대했다. 생산 발전과 인구 증가에 따라 인간의 관계가 변모한다고 여겼다. 인간의 쟁탈심리를 본능적인 욕구에서 찾지 않고 경제적 요인, 인구의 증가 등에서 찾았다.

또한 한비는 역사가 흐르고 시대가 변화하면서 그에 맞추어 정치 역시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러한 사상은 당시 사회의 개혁에 큰 바탕이 되었다.

사회관은 유가에서의 윤리를 부정적으로 보았고, 당시 사회 혼란을 초래한 원인은 정전제에서 사전제로의 변화에 따른 벼슬아치들의 몰락과 상호 쟁탈을 꼽았다.

정치사상은 군주는 타 국가에게 굴복하지 않을 군사력, 경제력과 국내적으로 안정된 통치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비의 법사상은 3가지의 특성을 갖는다. 법은 통치의 객관적 기준이며, 소수가 아닌 만인을 위한 통치 수단이며, 평등성과 보편성을 가진다. 한비에게 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의 인성론과 연결된다.

즉, 인간의 인성은 악하고 인간의 도덕성을 믿을 수 없기에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법 제정의 목적은 부국강병과 백성들의 안정된 생활이라 하였다. 또한 사회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시대에 맞는 법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한비는 법은 3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째, 법은 성문화하여 모든 백성에게 공포해야 한다. 둘째, 법은 절대 규범이며 신분의 높낮이와 관계없이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은 합리적으로 절대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한비자의 나라가 망하는 10가지 징조

01. 법(法)을 소홀히 하고 음모와 계략에만 힘쓰며 국내정치는 어지럽게 두면서 나라 밖 외세(外勢)만을 의지한다.
02. 선비들이 논쟁만 즐기며 대신들은 개인적인 이권만을 취한다.
03. 군주가 사치하고 대형 토목공사를 일으켜​ 국고를 탕진한다.
04. 군주가 여러 사람 말을 듣고 판단하지 않고, 듣기 좋은 말에만 의존한다.
05. 군주가 고집이 세고, 승부에 집착하여 제멋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한다.
06. 다른 나라와의 동맹(同盟)만 믿고 이웃 적을 가볍게 생각한다.
07. 나라 안의 인재(人才)는 쓰지 않는다.
08. 군주가 뉘우침이 없고 나라가 혼란해도 자신은 재능(才能)이 많다고 여긴다.
09. 나라에 공을 세운 지사(志士)는 내쫓아 국가에 대한 공헌(公憲)은 무시한다.
10. 나라의 창고는 텅 비어 빛더미에 있는데 권세자의 창고는 가득차고 백성들은 가난한데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서로 이득을 얻어 반역(反逆)도가 득세하여 권력을 잡으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 

생애: 사람을 믿지 말라

한비는 전국시대 한나라 왕족 출신 서자로 태어나 대접을 받지 못했다. 젊어서 진(秦)의 이사(李斯)와 함께 순자(荀子)의 밑에서 동문수학했다.

언변이 뛰어난 이사와 대조적으로 한비자는 말더듬이다. 한비자는 법가뿐만 아니라 도가, 유가, 묵가 등 여러 학문을 두루 섭렵하고 법에 의한 부국강병의 논리를 정립했다.

한비는 순자에게서 사서육경을 배웠으며, 스승인 순자의 성악설에 빠져들게 된다. 그는 순자의 영향을 받아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당시 사회와 완벽히 반대되는 주장이었고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짐작한 그는 속세를 떠나 산으로 들어간다.

진시왕은 한비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다. 하지만 진시왕이 한비를 중용할 것을 두려워한 이사의 모략으로 감옥에 갇히고 49세에 자살로 삶을 끝낸다.

에피소드: 묵묵히 위험으로 다스려라

#1. 삼류경영자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 경영자는 다른 사람의 힘을 사용하고, 일류 경영자는 다른 사람의 지력을 사용한다.

#2. 위나라 소왕이 직접 재판을 다루고 싶었다. 그러자 재상은 “우선 법률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소왕은 법률책을 읽었지만 얼마 읽지도 못하고 졸려서 “나는 법률공부를 못하겠네”재상은“군주는 권력의 핵심만 파악하고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신하에게 맡겨도 되는 일까지 자신이 하겠다고 하면 졸리는 것이 당연하다”

#3. 상급자의 노여움을 사지 말라고 하면서 “용이라는 동물은 익숙해지면 사람이 탈 수 있을 만큼 온순하다. 그렇지만 목 아래에 한 치 길이 정도의 비늘이 거꾸러 나 있어 이것을 건드리면 곧 물려 죽는다. 우두머리에게는 이런 비늘이 있다. 그것을 건드리지 않고 진언하면 일단 합격이다”

어록: 호랑이가 개를 굴복시키는 것은 발톱과 어금니 때문이다

“강도 물과 육지를 가르는 강변과 같은 경계가 있지만, 인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은 끝이 없으니 그런 강변이 존재하지 않는다”

"군주는 나라가 작을 경우 큰 나라를 섬기고 병력이 약할 때는 강한 군대를 두려워한다. 소국은 대국이 요구하는 것을 반드시 들어주게 되며 강한 군대가 밀어 붙이면 약한 군대는 반드시 굴복하게 되어있다." -『韓非子』 「八姦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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