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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의 얇지만 넓은 리더 이야기] 죄악의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적인 신의 세계를 꿈꾼 단테
[김진혁의 얇지만 넓은 리더 이야기] 죄악의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적인 신의 세계를 꿈꾼 단테
  • 김진혁 작가
  • 승인 2023.03.17 0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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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작가] 13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예언자, 신앙인. 영원불멸의 거작 《신곡》에서 인간이 죄악의 현실에서 벗어나 구원을 얻고 이상적인 신의 세계로 다가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중세의 정신을 종합한 문예 부흥의 선구자로서 인류문화가 지향할 목표를 제시하였다.

INTRO: 지구 위를 걸었던 사람 중에 가장 위대한 사람

흔히 단테는 그리스의 호메로스, 영국의 셰익스피어, 독일의 괴테와 더불어 세계 4대 시성으로 불린다. 단테의 <신곡>은 이렇게 시작된다.

`인생의 반 고비에서 정도를 벗어난 단테는 어두운 숲에 있었다. 때는 1300년 부활절을 사흘 앞둔 성 금요일 저녁 무렵, 단테는 자신이 참으로 잔혹하고 혼란스러우며 통과하기 힘든 곳에 있음을 느끼면서 두려움에 온몸을 떨었다.`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단테는 지구 위를 걸었던 사람 중에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시성 괴테는 `<신곡>은 인간이 만든 것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찬미했다.

단테는 현실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당시 피렌체 중산층을 옹호하는 겔프당원이 되어 상류층을 대변하는 기벨린당과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서 중심역할을 했다. 겔프당이 승리했으나 내분이 생겨 흑당과 백당으로 갈라졌다.

그는 당시 교황파와 단지오 왕가의 간섭에서 벗어나 피렌체의 독립을 주장한 백당을 지지하였기에 절대 권력자였던 교황의 분노를 사 피렌체에서 추방되었다.

계속된 교황파의 회유를 거부한 그는 정치를 떠나 <신곡>의 집필에 착수했다. <신곡>은 단테의 문화적, 종교적 사상의 결정체다.

생애: 전쟁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고, 제국을 통한 평화를 열망한다.

1265년 이탈리아 중부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신분이 높지 않은 피렌체의 겔프당의 귀족 가문으로 가난했다. 1274년 피렌체의 명문 폴코 포르티나리의 딸인 베아트리체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신체적 접촉은커녕 말 한 번 제대로 나눠보지 못한 사이였다. 단테는 베아트리체 때문에 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연애시를 줄줄이 써냈지만, 정작 그녀를 직접 만났을 때에는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전전긍긍 가슴만 앓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온 그저 짝사랑과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사랑이었다.

단테는 수도원이 경영하는 라틴어 학교를 다니면서 문법·논리학·수사학을 배웠다. 볼로냐대학에서 수사학·철학·법률학·천문학 등을 연구하면서 이탈리아어로 시를 지었다.

그는 당시의 풍습에 따라 12세에 피렌체의 도나티가(家)의 딸 젬마와 약혼하고 그 후에 결혼하여 세 아들을 두었다. 1289년에 기병대의 일원으로 전투하는 등 청년 시절에는 갖가지 경험을 쌓았다.

1295년의 통령선거를 위한 자문기관의 위원, 1296년은 재정을 결정하는 100인 위원회 위원, 1300년 5월에는 이웃나라 생 제미냐노의 특파대사를 거쳐, 피렌체 공화정을 통치하는 6인의 최고 정무위원 중 한 사람으로 선출되었다.

단테는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엄청난 벌금, 2년 동안의 추방, 그리고 공직 자격을 영구적으로 박탈당한다.

이후 법적 기한 안에 벌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테는 피렌체로 귀국하는 즉시 사형에 처할 운명에 놓인다. 인생의 정점에서 그는 조국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그가 말한 ‘캄캄한 숲’은 바로 피렌체의 분열과 교황이 초래한 전쟁의 소용돌이였다. 결국 추방당한 단테는 각지를 방랑하며 ‘향연’‘제정론’ 등을 집필했다.

<신곡>은 규모나 내용 면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전 인류에게 영원불멸의 거작으로 중세의 정신을 종합하여 문예 부흥의 선구자가 되어 인류문화가 지향할 목표를 제시하였다. 말년에 조용한 문필생활을 하던 단테는 1321년 56세 나이로 사망했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작품 세계: 열렬한 가톨릭 신자이자 애국자

단테는 존경했던 로마 시대의 서사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부활절 전후 일주일 동안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여행한다.

신곡을 시로 표현된 단테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두 명의 교황을 비롯한 자신의 적들을 지옥에 던지고, 자신의 친구와 존경하는 인물은 연옥에 두었고, 자신이 사랑하는 베아트리체를 천국에 모셨다.

<신곡>의 백미는 `지옥편`이다. 로마의 시성으로 단테가 존경하는 스승이었던 베르길리우스를 안내자로 내세워 순례하는 형식의 여행이다.

지옥은 제1영역에서 9영역까지로 내려갈수록 죄가 무거운 자가 벌을 받고 있었다. 지옥을 인간 세상의 온갖 죄악과 비리의 표본실로 묘사하고, 지옥의 등급은 9단계로 나눴다.

그린 보티첼리의 역삼각, 원추형 그림 <지옥 지도>에는 이성에서 지은 죄질에 따라 1옥부터 9옥까지 사악한 인간의 죽은 영혼이 고통받는 모습을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지옥편에는 사채고리업자, 폭력자, 동성애자, 낭비가, 탐욕자, 인색한 자, 우상숭배자, 위선자, 중상 모략자, 배신자 등등이 활활 타오르는 불속, 쇳물 속, 똥물 속, 짐승들 무리 속, 죄악의 숲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예를 들면 제4영역에서는 인색한 자와 낭비한 자가 무거운 금화가 가득 담긴 자루를 서로에게 밀어내고 있었고, 제5영역에서는 이단자가 석관 속에서 불타고 있다.

지옥 제일 밑바닥에는 3개의 악마 얼굴을 가진 루치페가 3명의 반역자 곧 유다와 브루투스, 카시우스를 씹어 먹고 있었다.

단테가 <신곡>을 코메디아(희극commedia)라고 붙인 이유는 “절망으로 시작되어 희망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또한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내용을 다루고 있는 지옥편과 아름답고 행복한 내용을 그린 천국편이 있다. 슬픈 시작인 지옥에서 깨달음과 반성의 연옥을 지나 행복한 결말인 천국에 이른다. 

지옥, 연옥, 천국 3편으로 이루어진 <신곡>은 각 편이 33곡이고, 지옥편의 서곡을 합해 100곡이다. <신곡>은 철저한 프로테스탄티즘에 근거한 그리스도 찬양의 천국을 그렸다.

이교도와 이단을 죄악시한 단테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지옥 속에 빠뜨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에피소드: 궁극의 구원을 향한 여정

#1. 단테는 약간 등이 구부정하고 가무잡잡하며 머리카락이 곱슬곱슬한 이유는 지옥 불에 탔기 때문이라고 험담을 들었다.

#2. 신곡은 단순히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차별과 구원의 문제만을 다룬 것이 아니다. 물질만능주의에 타락한 인간의 삶을 이성적 사고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개혁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신곡은 단지 신의 노래가 아니라 단테의 첫사랑 베아트리체의 부활을 찬미한 노래이기도 하다. 동시에 청렴결백해야 할 성직자들이 세속적인 물욕에 눈이 멀어 세상 영달을 꾀하거나 돈을 모으는 것을 비판했다.

‘좋은 삶’은 인간의 지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보편적 평화가 보장될 경우에만 실현된다고 믿었다.

명문장: 열렬한 가톨릭 신자이자 애국자

“남의 빵이 얼마나 쓰고, 남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네가 직접 경험할 것이다”_ 천국편

“나의 뒤를 따르라. 그리고 평가는 후세 사람들에게 맡겨라”_연옥편

“좋은 성과를 얻으려면 한 걸음 한 걸음이 힘차고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추위에 떨어본 사람만이 태양의 소중함을 알 듯이 ​역경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인생의 귀중함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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