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4:24 (금)
[김진혁의 얇지만 넓은 리더 이야기]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김진혁의 얇지만 넓은 리더 이야기]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 김진혁 작가
  • 승인 2023.05.12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혁 작가] INRRO: 20세기 미국 연극의 거장 극작가.

1930대 경제 대공황기 미국, 외판원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남자의 삶을 그린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은 영업맨의 애환을 그린 고전 중 고전으로 대우받는다.

이 희곡을 쓴 극작가 아서 밀러는 유명세 덕분이었는지 당대의 아이콘이었던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결혼생활을 한다.

그의 작품은 연극의 사회적인 역할과 극적인 감동을 적절하게 살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그리고 사회적 갈등에서 인간의 사회적인 면모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고통까지 심도 있게 묘사하는 힘이 있다.

특히 현대 산업 시대에서 좌절과 패배로 내몰리는 미국의 한 세일즈맨을 통해 인간소외 현상과 사회의 비정함을 고발한 ‘세일즈맨의 죽음’은 미국 연극사의 한 획을 긋는 명작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되었다.

생애: 물질적 성공을 배격한 도덕주의자

아서 밀러(1915~ 2005)는 1915년 뉴욕의 숙녀복 제조업자인 유대인 아버지의 세 아이 중 둘째로 태어났다. 밀러는 고등학교 때만 해도 상당히 문제 학생으로 대수 과목을 세 번이나 낙제했고 수업 중 여러 번 교실에서 쫓겨나간 적도 있었다.

그가 미시간 대학에 진학하고자 했을 땐 선생님들로부터 추천서를 받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는 축구와 야구와 같은 스포츠를 사랑하고 모험 이야기를 즐겼다.

그는 빵집 용품을 배달하고 자동차 부품 창고에서 사무원으로도 일했다. 아버지가 새로 설립한 의류회사에서 일했다. 밀러는 미시간 대학에서 첫 번째 아내 메리를 만났지만 이혼한다. 

1956년에 두 번째 부인 Marilyn Monroe와 결혼했다. 그때부터 그는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타블로이드 신문은 종종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그런 "가정적인 작가"와 결혼하는 이유에 대해 수수께끼라고 언급했다.

밀러는 1961년 마릴린 먼로 (Marilyn Monroe)와 이혼한 지 1년 후, 세 번째 부인 인게 모라스(Inge Morath)와 결혼하고 200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 살았다.

<세일즈맨의 죽음>의 배경은 밀러가 살았던 할렘생활, 경제공황, 매카시즘 등을 통한 경험이다. 현대 산업 사회와 개인 간의 관계, 정치적인 이슈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으며 현대비극의 창시자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밀러를 <사회주의자> 혹은 <도덕주의자>로 칭한다. 이는 극작가로서 밀러의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밀러는 미국 사회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산업화 경향이 빚어내는 물질적 성공을 선으로 착각하는 가치관을 비판하며, 우리가 올바르게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개인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져야한다. 동시에 인간이 거대한 기계의 한낱 부속품으로 전략해 가는 물질주의에서 벗어나는 인간성 회복을 외쳤다.

밀러의 특성은 도덕주의자를 추구하면서 오만함이나 위압감이 없이 인간적이고 동정적인 시선으로 사회와 인생의 패배자를 바라보는 자세이다.

밀러는 1920년대의 극심한 경제공황을 겪으면서 극도의 이기주의가 지배한 미국 산업사회의 한계성과 이차 세계대전의 엄청난 살상 행위를 목격하는 인간의 잔인성을 본다.

특히 미국사회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급격히 산업화됨으로써 물질문명에 의해 지배당한다. 개인이 잔인하고도 이해타산적인 사회에 의해 무참히 희생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작품세계: 세일즈맨의 죽음

<세일즈맨의 죽음>은 늙은 세일즈맨 월리 로먼(63세)의 애환과 죽음을 다룬 작품이다. 윌리는 아내와 두 아들을 식구로 거느린 가장이다. 과거에 전성기가 없지는 않았지만 예순을 넘긴 현재는 30년을 넘긴 영업직 생활에 지쳤고 수입은 점점 줄어들어 허탕을 치는 날도 잦다.

두 아들 비프와 해피가 있지만, 이 아들들은 이른바 실패한 인생들이다. 비프는 외지로 떠도는데 스스로 고백하기를 시간당 1달러를 받는 게 최고라고 한다. 해피는 시원찮은 일을 하며 번 돈을 여성들과 노는데 탕진하는 놈팡이로 생활이 문란하고 향락적인 생활에 빠져 있었다.

윌리는 장남인 비프와 사이가 좋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아버지가 비프의 성공을 막아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프는 고등학교 때 미식축구 선수로 여러 대학들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했는데 수학 과목에서 낙제해서 졸업 자체가 문제가 되었다.

그 문제를 상의하려고 비프가 윌리를 찾아 보스턴의 호텔로 찾아갔다가 윌리가 바람 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비프는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그 후 무기력해져 여기저기를 떠도는 삼류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런 비프를 보며 윌리는 늘 죄책감을 느꼈다. 이 연극은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다.

윌리는 하워드 사장에게 고된 외판원 일 대신 다른 부서로 이직을 요청하지만 '이제 쉬실 때가 되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오히려 하루아침에 해고당하고 만다.

윌리는 장남 비프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보험금을 남겨주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차 사고를 낸다. 윌리의 장례식장에는 그의 가족만이 조촐하게 참석했다. 

비프는 아버지가 잘못되었고 그가 꾸었던 꿈이 허황된 것이었다고 말하지만, 해피는 그런 형에게 아버지가 헛되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말한다.

찰리와 해피는 가고, 부인은 이내 혼자서 무덤 앞에서 '당신의 보험금으로 마지막 빚을 다 갚아 드디어 자유로워졌는데 당신은 어디 있느냐?'하고 오열하면서 막이 내린다.

작품 속의 명문장: 1930년 대공황 속의 아등바등한 곁눈질

“너와 해피와 나. 내가 도시들을 보여주지. 미국은 아름다운 도시와 멋지고 훌륭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그 사람들이 뉴잉글랜드 전역에서 나를 알아본단다. 내가 너희들을 데리고 가면 그야말로 대환영이지. 왜냐하면 얘들아, 아빠에겐 친구들이 있거든. 뉴잉글랜드 어딜 가든 주차할 수 있고 경찰들이 자기들 차인 양 지켜 주지.” -세일즈맨의 죽음

“아버지가 위대하신 분이라고 하지는 안겠다. 윌리 로먼은 큰 돈을 번 적도 없고, 신문에 이름이 난 적도 없다. 하지만 네 아버지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잘 보살펴야지. 늙은 개처럼 길거리에서 죽게 할 수는 없잖니.” -세일즈맨의 죽음 

에피소드: 현대비극의 창시자

#1. 50년대 매카시즘에 휘말려서 상당히 곤욕을 치뤘으며 마릴린 먼로와의 결혼 생활은 황색언론의 집요한 사생활 침해와 염문설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 그가 받았던 고통은 1953년 작품인 <시련>에서 잘 드러난다.

줄거리는 마녀사냥이 횡행하던 17세기 미국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을 무대로 마녀재판으로 인해 20명의 무고한 주민들이 마녀로 몰려 교수형에 처해 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면하기 위해 선한 이웃을 마녀 혹은 악마로 고발했다.

#2. 그의 첫 번째 연극인 No Villain은 University에서 상을 받았다. 사실 연극이나 희곡을 공부한 적이 없었으며 단 5일 만에 대본을 썼다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