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브리핑=박일해 기자]약 30년전 만해도 별다른 외식문화가 없던 386세대의 어린시절은 중화요리집이 그나마 최고의 외식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 당시의 중화요리집은 거의 대부분이 면을 길게 늘어뜨려 후려치며 길게 뽑아내는 수타면이라 면발이 아주 쫀득했고 기름도 라드라는 돼지기름으로 요리를 해서 고소하고 맛이 깊었다.
얼마전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동생으로부터 옛스런 정취가 살아있는 잡채밥과 짬뽕을 먹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는 큰 기대없이 부천으로 향했다. 원미구청 인근에 있는 복성원이라는 낡고 자그마한 중화요리집인데 연세 지긋하신 부부께서 가까운 곳만 자전거로 배달하며 직접 웍을 잡고 조리하며 운영하시는 곳이라 한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라 다소 한가한 편이었지만 근근히 배달전화와 늦은 식사를 하러오는 손님이 이어졌다. 우리도 대표메뉴인 잡채밥과 짬뽕을 주문하니 주방안에서 덜그럭 거리며 요란한 웍 돌리는 소리가 들리며 기대감과 함께 시장기를 재촉한다. 잠시후 잡채밥과 짬뽕이 테이블에 놓여졌는데 그 향과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우선 잡채밥을 살펴보니 맨밥에 잡채를 올려 놓은 것이 아니라 고슬고슬 잘 볶은 볶음밥 위에 불맛나는 잡채가 올려지고 맨위에 계란후라이 반숙이 의젓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맛을 보니 고소한 볶음밥과 매콤하며 불맛이 느껴지는 잡채와 계란 반숙이 어우러져 정말 예전의 정취를 물씬 풍기며 입맛을 계속해서 자극하는 것이 역시 범상치 않은 잡채밥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잃어버렸던 맛을 찾은 느낌이었는데 오랜만에 잡채밥에 만족을 해봤다.
잡채밥으로 즐겁게 시장기를 달래고 이번엔 짬뽕으로 눈을 돌려 본다. 내용물에선 여타 중국집과 다를 바 없는 듯한데 묵직하고 얼큰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국물을 맛보니 역시나 옛날짬뽕처럼 진하고 걸쭉한 것이 뒷맛의 감칠맛이 훌륭했다. 그렇다고 화상들이 운영하는 유명 중국집의 삼선짬뽕 같지는 않지만 가격대비 근래 먹어본 일반 짬뽕중엔 국물의 깊이가 확연히 달랐다.
탱탱한 면발과도 아주 잘 어울렸고 배가 좀 덜 찼다면 밥을 말아 끝까지 다 먹고 싶을 정도였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계속해서 우려내는 짬뽕 육수가 오후시간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늦은 점심을 먹은 충분한 값을 했다 생각하니 여러모로 즐거워진다.
개개인마다 입맛의 차이가 있겠지만 너무 조미료 맛에 의존하는 자극적인 중국음식보다는 다소 투박하더라도 옛스런 맛을 내는 이런 음식이 더 끌린다. 5-6 테이블의 자그마하고 낡은 곳이지만 소박하게 장사하시는 사장님 내외가 정말 보기 좋았는데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베인 이런 음식이야 말로 온정이 깃든 최고의 손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천 복성원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 72-2 / 032-611-4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