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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연극무대가 빛낸 사람 - 연기자 정서연
대학로 연극무대가 빛낸 사람 - 연기자 정서연
  • 이명훈 기자
  • 승인 2012.12.07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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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2001)에서 극중 여고 사운드 레인보우가 부른 노래의 원곡은 1980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한 샤프의 <연극이 끝난 후 / 최명섭 작사,작곡>라는 곡이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지는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배우는 무대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무대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영화 속 장면에서 노래로 묘사되었던 연극무대와 연극배우의 모습이다. 영화 속에서 연극을 노래하던 그 장면은 아득한 향수를 불러오는 대목이기도 했다.

연극을 상징하는 지역이라면 서울 혜화동 대학로를 꼽을 수 있겠지만, 많은 연극인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먹고 살기 위해서 충무로 영화판으로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는 한 때 상식 아닌 상식으로 통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무대를 지키며 관객과 호흡하고 있는 대다수의 연극인들이 있기에 대학로는 아직도 빛나고 있는 듯 하다.

대학로에서 만난 젊은 연극인이 있다. 27살의 늦깎이로 연극에 입문한 그가 들려주는 대학로 삶은 어떤 것일까.


그가 처음 연극무대에 선 것은 중학생 시절이었다고 한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칭찬과 격려는 어린 소녀의 마음에 연기자가 자신이 평생 걸어갈 길임을 깨닫게 만들었다고 했다. 지금은 대학로에서 연기자 혹은 연극인 정서연(33)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7년 동안 20여편의 연극에 출연했다. 그가 주연으로 출연해 극을 이끌어 간 경우도 꽤 있었다. 그가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사연은 열정의 승리였다고 말하고 싶다.

대구에서 살던 그는 연기를 전공으로 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결국은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그가 동원한 편법(?)은 서울에서 취업생활을 통해 부모님과의 독립이었다. 인턴으로 서울의 특급호텔에 취업한 그는 오히려 3년여 동안 정직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남들이 말하는 잘 나가는 직장에서 괜찮은 연봉을 받으며 안정된 자리를 확보했을 때 그는 도리어 자신이 꿈꾸던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가 부모님에게 연기를 전공으로 하는 대학진학을 다시 하겠다고 말을 건넸을 때, 그의 아버지는 선선히 허락했다. 자신의 딸이 고생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과연 어느 부모가 좋아했을까. 그렇지만 그가 지녔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몇 년이 지난 후 비로소 이해해 주셨던 것 같다. 그리고 이듬해 그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학교를 뒤늦게 졸업하고 뛰어든 연극무대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한줄로 묘사됐다.

'무대 몰입도가 뛰어난 숨어 있던 배우'

무대에서 연기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 대해서 어떤 이들은 빛이 난다고 했다. 연기자에 대한 평가는 연기로 말한다지만, 밥먹고 살기 힘든 연극판에서 그가 버는 돈을 물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굶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웃는다. 구체적으로 얼마냐고 물었다. 잘 받을 때는 10일 공연에 500만원을 받아본 적도 있다고 했다. 물론 못 받을 때는 한달 공연에 30만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자기 주변에 마음을 통하며 이야기하고 있는 친구가 2~3명은 된다고 했다. 여러가지로 봤을 때 그는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인 듯 하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그 꿈을 통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면 이 힘든 세상에서 성공한 것 아닌가. 

앞으로 무엇을 더하고 싶은가 물었더니 그는 영화에서 자신의 연기를 펼쳐 보이고 싶다고 했다. 비록 많은 관객의 표를 끌고 오는 대스타는 아니더라도 명품조연으로서 연기자의 삶을 폭넓게 확장시키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오늘도 대학로의 연극무대는 막이 오르고 있다. 앞으로도 그 무대는 조명이 켜지고 또 꺼질 것이다. 대학로가 빛낸 연기자 정서연의 무대는 지금도 대학로에서 주인공을 기다리며 숨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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