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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 포토에세이 - 추락하는 이들마다
이명훈 포토에세이 - 추락하는 이들마다
  • 이명훈 기자
  • 승인 2013.04.03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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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만나 극단의 고통과 쾌락이 뒤섞인 듯한 강렬한 감정에 시달리게 되는 한 남자가 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미래보다는 현재에 몰두하는 생활을 보내기 시작한 두 사람. 60년대 중반에서 70년대, 그리고 80년대에 걸친 한국 사회의 경제적, 윤리적 변화 속에서 부대끼고 고민하던 어느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남은 삶은 오직 누리는 데에만 바치고 싶다는 여자와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게 되는 남자의 삶이 시작된다. 이후 두 사람은 새로운 생활을 시도하지만 즐거움에 탐닉하는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린 여자는 더 이상 성실하게 살아갈 능력을 잃고 남자와의 삶에 정착하지 못한다.

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남자는 결정을 바라는 심정으로 38구경 리볼버를 꺼내 그녀의 앞에 내놓는다. 그녀는 그를 심하게 모욕하고 헐뜯음으로써 그로 하여금 자신에게 총을 쏘게 만든다. 쓰러진 그녀는 "...이렇게 함께 추락하는 게 안쓰러워..."라는 말을 남기고 의식을 잃는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여류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Ingeborg Bachmann)의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추락하는 이들마다 날개가 달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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