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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행위도 집회신고를 해야한다는 대법원 판결 문제있다
예술행위도 집회신고를 해야한다는 대법원 판결 문제있다
  • 이흥섭 기자
  • 승인 2013.04.03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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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의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해서는 안 될 것”
[시사브리핑 이흥섭기자]예술행위도 정치성이 강한 것이라면 집회신고를 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의 지난 3월 28일 판결을 두고 반발이 일고 있다.

대법원 형사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지난 28일 예술행위가 정치성을 띤 행위라면 집회신고를 해야 한다는 판결이 예술을 정치적 의도로 본 것으로 창작활동을 자칫 위축시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유투브를 통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플레시 몹’을 비롯해 많은 예술행위들이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게다가 지난 1980년대 이른바 ‘민중미술 혹은 민중예술’이 한시대를 풍미했던 것을 생각하면 마치 군사정권하에서도 없었던 일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교수, 고려대)도 이번 판결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담긴 예술은 집시법상 신고면제 대상인 예술로 볼 수 없다는 해석으로 기본권의 보루여야 할 대법원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오히려 편협하게 해석한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 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의 대상이 된 사건은 청년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2010년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활동하던 ‘청년 유니온’이 2010년 4월 4일 서울 명동에서 노동부가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한 것을 규탄하며 '청년들도 일하고 싶다', '정부는 청년 실업 해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펼친 플래시 몹이 대상이 된것에 주목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주최한 모임은 비록 널리 행위예술의 한 형태인 '플래시 몹' 공연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주된 목적과 진행 내용과 소요시간 등 제반 사정에 비춰볼 때 집시법 제15조에 의해 신고의무의 적용이 배제되는 오락 또는 예술 등에 관한 집회라고 볼 수 없고, 그 실질에 있어 정부의 청년 실업 문제 정책을 규탄하는 등 그 주장하고자 하는 정치, 사회적 구호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의도 하에 개최된 집시법 제2조 제1호의 옥외집회에 해당해 사전신고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며 이 같이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예술행위를 정치적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를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참여연대는 “신고의무는 원래 행정관청에 집회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여 질서유지에 협력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는데 현행 집시법은 신고 대상 집회의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아 1인 시위를 제외하면 거의 예외 없이 신고의 대상이 되고 특히 지난 몇 년간 기자회견, 추모제, 촛불 문화제, 플래시 몹 등 형식의 여하에 상관없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행사는 사전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미신고집회로 처벌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하고 “이번 판결에서도 집시법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집시법상 신고제 본래의 취지가 협력의무라는 점을 존중하여 신고의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하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현행 집시법상 신고의무는 단순히 신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할경찰서장이 금지통고를 할 수 있어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이렇게 억압적인 신고제도가 관혼상제, 예술, 학술, 종교 행사들까지 적용될 경우 국민들이 당하는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 침해를 막기 위해 집시법 제15조 상의 신고의무 면제조항이 만들어진 것으로 그렇다면 집시법 15조는 ‘순수한 예술행사만 면제된다’식의 기본권 제한적 태도가 아니라 ‘예술행사이기만 하면 면제된다’는 식의 기본권 확장적 태도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기본권 확장적 태도로 해석하자면 예술과 정치의 교집합에 놓인 행사들은 모두 신고를 면제해주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대법원의 편협한 기본권 해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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