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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직접 갈비를 굽는 맛난 연극 'GARDEN 가든'
무대에서 직접 갈비를 굽는 맛난 연극 'GARDEN 가든'
  • 이명훈 기자
  • 승인 2013.12.29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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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오래되고 허름한 갈비집에 한 가족이 모여든다. 지난 15년 동안 매 달 한번씩 이 갈비집에서 외식을 하는 동재의 가족이다. 결혼에 실패한 둘째 동식, 아내와 사별하고 아이를 혼자 키우는 막내 동호, 그리고 어릴 때 천재라는 주변의 기대 속에 커 왔지만 지금은 보잘 것 없는 영업사원 동재.

아들, 딸들은 오지 않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과거를 회상한다. 마음 속에 담고만 있었던 이 갈비집에서의 15년의 역사가 씁쓸한 웃음, 그리고 때론 난장판 속에 펼쳐지고 세 남매는 오늘 어머니가 오지 않는 이유를 짐작한다.

연극 'GARDEN 가든'은 행복과는 거리가 있었던, 지난 시대 '가족'의 이야기다. 누구에게나 가족은 있다. 혹시 지금 옆에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그분들만의 역사를 써왔고, 내가 태어나면서 다시 새롭게 '가족'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 역사 속에는 달콤하고 행복했던 시간과, 힘들고 고단했던 사연이 겹쳐 있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그 역사가 키워낸 결과물일 것이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어머니 아버지는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변한다. 나는 그들과 때론 갈등하고 때론 함께 웃는다. 그런데 웃음은 쉽게 지워지고 갈등은 점점 깊은 골을 만든다. 남도 아니고 피로 얽힌 가족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의 가족은 간혹 남보다 멀다.

가족과 함께 갔던 추억의 갈비집, 그곳에 앉아 있던 '나'의 이야기

연극 'GARDEN 가든'은 시시각각 행복과 갈등을 공유하는 가족에 관한 작품이다. 그 안에는 한 집안의 기둥인 장남 동재가 있고, 아버지의 기대에는 애초부터 반항하며 살아온 차남 동호가 있다. 그리고 "엄마처럼은 안 살겠다"는 딸 동식이도 있다.

객석에 앉은 관객(나)은 공연이 시작되면서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임을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가족회식은 늘 갈비집에서, 그것도 엄마, 아버지가 처음 만났다는 낡고 오랜 갈비집에서 한다.

그 집의 갈비맛이 유혹적이면서도 왠지 부모님과 형제들이 모두 모인 이 자리가 편안하지만은 않다. 알지도 못하는 먼 친척 얘기나 아버지의 젊은날 무용담을 들으면서 갈비만 뜯었던 곤혹스런 경험,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빨리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 갈비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안타깝던 시간들... 그러나 그 딱한 순간들도 세월 가면 그리움으로 쌓이는 법이다.

유머와 위트로 잘 버무려진, 코끝 찡한 작품

이렇듯 'GARDEN 가든'은 우리들의 얘기, 내가 겪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부모님과의 갈등이나 형제간의 갈등의 골은 완전히 메워지는 게 아니다. 덮어두고 덮어두다가 한번쯤 폭발하고, 다시 양보하고 이해하다가도 한번쯤 성질을 부리게 되는 '내 가족의 이야기'를 젊은 작가 김태형은 무겁지 않게, 그러나 깊이 있게 써내려 갔다. 김종성 연출은 그 깊이를 고스란히 가져가면서도 유머와 위트로 작품을 잘 버무려, 한참 웃다가 코끝이 찡해지는 아름다운 관극 경험을 선사한다.

무대에서 직접 갈비를 굽는, 군침 돌게 맛난 연극

'GARDEN 가든'은 군침이 도는 연극이다. 무대가 갈비집이다 보니 먹을 것이 무대 위에 버젓이 등장한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면서 배우들은 여느 갈비집에서처럼 갈비를 굽기 시작한다. 공연이 열기를 띠면서 갈비도 맛나게 구워진다. 공연장 '아리랑아트홀'이 갈비냄새로 진동하면서 나와 가족의 이야기도 노릇노릇 무르익는다.

• 공연장소 : 미아리고개 아리랑아트홀
• 공연기간 : 2013. 12. 20(금) ~ 2013. 12. 31(화)
• 공연시간 : 평일 8시ㅣ토, 12월 25일 3시, 7시 ㅣ일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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