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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블 스토리-정명숙 작가] 내 아름다운 사랑 (22화)
[포블 스토리-정명숙 작가] 내 아름다운 사랑 (22화)
  • 이명훈 기자
  • 승인 2014.01.04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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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 까맣고 까맣고 까만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햇살이 눈부셔 눈을 감는다. 그 속에서 나는 너를 만난다. 너를 잃은 난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언제나 깜깜한 밤길만 걷는다. 흐르는 눈물은 멈추질 않고 가까스로 일어나도 다시 휘청.

이젠 끝이 보일법도 한데 보란 듯이 살아야하는데 나약해지면 안 되는데 당신보다 더 행복해져야하는데 나는 아직도 너를 꿈꾼다.

나는 너를 버렸다고 잊었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보지만 그녀는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내 가슴에 박박 기어 들어온다.


그 모든 것, 이제 거기에 있을 수 없어진 모든 것. 너는 내 것이 아니었었다. 아니, 아니었다. 처음부터. 막상 정신을 차리고 보니, 노랑 눈물이 똑똑 가슴으로 떨어지고 있다. 나와는 무관한 곳에서 눈물이 송글 송글 솟는다.

절대, 뒤돌아보지 마. 하루에도 수 만 번 생각했는데 왜 나 혼자서만 멈출 줄 모르는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멈추어도 나의 세계는 너를 기준으로 움직인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사랑 한번 받지 못하고 '그만할래, 그만할래!' 잔인한 거짓말을 혼자서 내뱉는다. 나, 당신이 너무 아픈데 나, 당신이 너무 그리운데 내 심장이 미쳐서 아직도 너를 기억하고 있는데 이런 미련한 내가 나조차 너무 싫은데 서러움에 내 맘이 다 탔는데 정말로 당신한테 지워지면 어쩌지. 덜컥, 겁이나 또 웁니다. 나 당신 없이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지 같은 나, 입니다.


나는 두 번 다시란 말이 지니는 감상적인 어감과 앞으로의 일들을 한정하는 뉘앙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다시는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는데, 생겨나고 말았다. 그녀에게서 신호가 왔다.

나는 그녀와 연결되는 그 모든 것을 버렸다. 버렸다고 생각했었다.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헤집고 들어와 나를 송두리째 뿌리째 뒤흔드는 그녀를 나는 버렸다. 내 곁에는 나를 사랑하는 다른 여자가 있다.

너와 연결된 세계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접속된다는 걸 지금 알게 되었다. 나는 이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고 슬프기만 하다.


어느 날, 그녀가 사라져 버렸다. 우리에겐 밝고 따스한 장소에서 서로 마주하고 뜨거운 차를 마셨다는 기억이 나와 그녀 사이엔 없었다. 빛나던 우리의 시작이 그런 일상의 소소함을 뜨겁게 끌어안아 줄 거라 예상했지만 잠시뿐이었다. 그녀는 나를 구원하지 않았다.

팽팽하고 투명한 파란 하늘아래서는 언제나 서글프다. 나는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다. 하늘이 파랗다. 파랗다. 불안함은 전화를 닮았다. 언제나 불안함은 전화를 타고 내게 왔다. 밤은 오늘도 온 세계에 공평하게 찾아왔다 지나간다.


그러나 지금 알았다. 말로써 분명하게 알았다.

길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결코 운명론적인 의미는 아니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파란 침묵이 밀려온다. 나는 왜 지금 그녀의 세계로 가야만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녀의 세계로 들어가는 중이다. (계속)

[글 : 정명숙 작가 / 사진 : 이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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